1919년 6월 초,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의 기자가 경성 시내에서 전차를 타고 서대문 밖 모화관(독립문의 옛 이름) 막바지 산등성이의 붉은색 벽돌집을 찾아갔다. 인왕산 자락 아래 두 길 남짓한 담장이 육중하게 둘러싸고 있는 서대문감옥(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다. 기자는 간수…
1919년 3월 9일 경성 상인들이 일제히 상점 문을 닫아걸었다. 경성상민(京城商民) 대표자들이 작성한 ‘경성시 상민일동 공약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공약서는 △9일 일체 폐점할 것 △시위에 가담할 것, 단 폭행은 하지 말 것 △위약한 상점은 용서 없이 처분(응징)할 것 등…
1919년 3월 5일 오전 9시경, 경성 남대문역(서울역) 앞 광장. 이틀 전 고종의 국장(國葬) 행사를 참관한 뒤 귀향하는 사람들로 역 앞은 평소보다 더 북적거렸다. 일제 군경의 삼엄한 경계 외엔 광장을 오가는 행인들도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겉으로는 평온한 듯했다. 그러나 3·1…
“모든 성공적인 혁명은 썩은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불확실성의 시대’) 부패한 사회체제는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무너진다는 의미다. 미국 경제학자 갤브레이스(1908∼2006)가 내건 성공적 혁명의 조건으로 보면 3·1운동은 무모한 행동이자 실패로 가는 길…
1919년 3월 1일 오후 2시, 독립만세운동이 기습적으로 전개되자 일제는 당황했다. 일경(日警)은 군중의 열광적인 만세 함성에 기가 눌렸다. 1910년 한반도를 강제 병탄한 이후 경성(서울)에서 처음 겪는 대규모 거리 시위였다. 일경은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거리 좌우에서 우두커니 서…
기미년 3월 1일 토요일, 그날이 밝았다. 날씨는 따뜻하고 청명했다. 33인의 민족대표는 ‘먼 길’을 떠나는 채비를 했다. 천도교 지도자 손병희는 하루 전인 2월 28일 종단을 이끌 후계자를 정한 유시문(諭示文)을 발표한 데 이어, 이른 새벽 천도교 청년들을 소집해 마지막 훈시를 했다…
1919년 3·1운동 거사 이틀 전인 2월 27일 밤, 보성학교 교내에 자리 잡은 인쇄소 보성사(현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 30평 남짓한 규모의 푸른색 벽돌 2층 건물 안은 밤늦게까지 불이 밝혀졌다. 비밀 항일결사체인 천도구국단(天道救國團) 요원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천도…
1919년 2월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날, 경성 서촌(西村) 이완용의 집(종로구 옥인동). 쉰여덟 살의 천도교 지도자 손병희(1861∼1922)가 형형한 눈빛으로 말했다. “세상에서 당신을 매국적이라고 하는데 흥국대신(興國大臣) 한번 될 생각은 없소?”(언론인 유광렬이 한국…
경성(서울) 북촌의 계동 1번지 중앙학교. 수목이 울창한 삼청동 산비탈에 자리 잡은 2층 규모 붉은 벽돌집 학교는 장안의 명물로 부상했다. 1917년 11월 오로지 민족 자본만으로, 그리고 선생과 학생들이 직접 터를 닦고 돌을 나르는 등 한민족의 열정과 땀으로 완공한 새 교사(校舍)였…
1918년 11월 20일 국내 비밀 항일결사체인 천도구국단(天道救國團)을 이끄는 이종일(1858∼1925)의 마음은 착잡했다. 단원으로부터 “(만주의) 중광단원(重光團圓) 39명이 우리보다 앞서서 무오대한독립선언서를 발표하려 한다”는 첩보를 듣고 나서였다. 육척장구(六尺長軀)의 이종일…
1919년 2월 27일 중국 만주 지역 독립운동가들이 지린(吉林)성의 여준(1862∼1932) 집에 비밀리에 모였다. 이들은 대한독립의군부(大韓獨立義軍府·이하 의군부)라는 조직을 결성했다. 이름 그대로 무력을 행사하는 결사대였다. 의군부는 파리강화회의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세계정…
1919년 1월 24일(음력 1918년 12월 23일), 상하이의 비밀결사조직 동제사(同濟社)의 수장 신규식으로부터 밀명을 받은 요원 정원택(1890∼1971)은 펑톈(奉天)을 떠나 지린(吉林)으로 잠입했다. 일본을 담당한 동제사 요원이 도쿄에서 한국 유학생들과 함께 한창 2·8독립선…
1919년 초, 일본제국주의의 심장부 도쿄에서 독립선언을 준비하는 유학생들은 예전의 ‘부잣집 도련님’들이 아니었다. 일본에서 여러 차례 유학생활을 한 춘원 이광수는 1910년대 중반의 유학생들은 세 부류가 있다고 했다. “첫째 세계 대세와 현대문명을 일부분은 이해하고 또 전부를 …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역사 추적 탐방은 일본 제국주의 심장부였던 일본 도쿄(東京)에서 시작됐다. 3·1운동 관련 독립운동가들의 후손들도 함께했다. 올 2월 8일 오전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의 재일본한국YMCA 회관. 머리가 허옇게 센 노령층부터 교복 차림의 앳된 학생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