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다보스 포럼, 청와대 국빈만찬 등에서 세계 정상들의 만찬을 기획했던 한식 레스토랑 ‘콩두’가 ‘콩두 점점’을 오픈했습니다. 2002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시작된 콩두의 한윤주 대표는 콩으로 대변되는 우리 문화유산이자 발효 과학인 ‘장(醬)’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
한식을 취급하는 식당에 가면 벽면 어딘가에서 국민 식생활 지침들을 읽게 된다. 한식의 간이 세서 위암 원인으로 부각될 때는 저나트륨 권장 문구가 보이는가 하면 잔반 재활용을 금지하는 표시도 간혹 보인다. 한식당 주인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 빠지지 않는 내용이 반찬 줄이기다. 봉고차가 …
최민식 주연의 영화 ‘올드보이’에서 기억나는 대사는 딱 하나입니다. 전화를 걸어온 범인에게 “누구냐 넌”이라고 했었죠? 그가 감금되었던 15년 동안 오로지 군만두만 먹었는데 풀려난 뒤엔 그 음식을 배달한 식당을 찾으러 다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미각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만두 맛의 차이를…
요즘 와인시장이 활황입니다. 그냥 활황이 아니라 폭발적입니다. 와인숍이 늘고 있고, 이젠 동네 편의점도 다양한 와인을 갖추고 있어 와인 소비가 많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술을 깨끗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즐길 만한 곳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은 듯합니다. 양식 레스토…
여행을 떠나면 습관적으로 먹던 것을 떠나 새로운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게 된다. 메밀이 생각날 때면 평양냉면이나 막국수를 먹곤 했지만 메밀 산지인 제주에서는 정작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 대신 대표적인 향토음식으로 꿩메밀칼국수가 있으니 꼭 한번 맛볼 만하다. 제주시 관덕로 동문시장을…
정겨운 단어 ‘중국집’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맞닿아 있습니다. 만만한 외식공간이 없던 시절, 뭔가 기념할 일이 생길 땐 무조건 중국집이었지요. 한 세대가 지나면서 이제 중국집은 먹을 만한 게 특별히 생각나지 않을 때 한 끼를 때우는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시절과 …
강원 삼척시 고든내마을은 두타산 아래 오래된 산촌지역이다. 옛날 강원도 언저리가 그렇듯 이곳도 척박한 땅으로 쌀이 귀할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물이 좋아 좋은 콩이 생산되는 곳이었다. 마을에서 평생을 지낸 토박이 어르신들과 옛날 음식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콩요리 비법들만 쏟…
어느 날 갑자기 우리 바다에서 명태가 사라졌습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가던 1981년에는 16만 t이나 잡혔다는데, 지금은 kg 단위로도 잡히지 않고 또 잡아서도 안 됩니다. 역사적으로 청어는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했고, 대구는 꾸준한 치어방류 사업으로 옛 명성을 찾아가지만, 명…
천문대로 향하는 차에서 라디오를 틀었다. ‘별이 빛나는 밤에’ 같은 방송이 나올 것만 같았다. 별을 잃어버린 서울 생활에서 그저 푸른 하늘만 바라보아도 가슴이 시원했다. 강원 양구군 하늘과 맞닿은 곳에 국토정중앙천문대가 있다. 별밤지기 같은 두 사람이 천문대 앞에 카페를 열고 손님을 …
벚꽃이 만개한 요즘 떠오르는 프렌치 레스토랑 하나를 소개합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에빠뉘’는 프랑스어로 ‘꽃이 핀’, ‘무르익은’이라는 뜻입니다. 아담하고 조용한 실내 분위기는 남쪽으로 난 통창 밖으로 열린 하늘과 싱그러운 꽃, 나무들이 내려다보여서 답답하지 않고, 미술 …
함경도 향토음식인 가자미식해(食해)가 생선 배 속에 밥 또는 조밥, 소금, 양념을 넣고 염장한 발효 음식인 것처럼 스시는 생선에 밥을 채워 만들어 먹은 데서 유래한다. 하지만 지금의 스시는 양조식초 등이 발달해 굳이 긴 발효의 시간을 거치지 않고 초가 든 밥과 생선회의 적절한 조화로만…
치과의사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속담으로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지’라는 우스개가 있습니다. 실제 치아를 다 빼서 하나도 없거나 구강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제대로 씹을 수가 없음에도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체중이 급격하게 줄어든 분들이 그리 많지 않은 걸 보면 속담도 경험칙에 의한 과학이라는…
아무 조건 없이 아무 때나 찾아가도 무르팍을 내어주며 복슬강아지처럼 쓰다듬어 주는 사람이 있었다. 시골집 할머니. 나는 아직도 할머니 방의 담요 냄새와 구식 텔레비전, 처마 밑에 걸려 있는 흑백 가족사진들을 어렴풋이 기억한다. 그중 가장 뚜렷한 것은 부엌에서 내어 주시던 수수팥떡의 맛…
봄이 왔습니다. 지난해 심어놓은 튤립 구근의 싹이 터서 흙을 밀어올리고 뾰족하게 얼굴을 내놓습니다. 봄이 오면 봄 음식이 먹고 싶어지죠. 우리 몸이 원하는 바대로, 아지랑이처럼 아른아른 올라오는 춘곤증을 밀어내줄 제철음식을 소개합니다. 남도음식의 참맛을 표방하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
음식을 만드는 공간에서 여러 번 파티를 개최한 적이 있다. 평소 대량으로 음식을 준비하는 무미건조한 작업장이었지만 파티가 열릴 때는 특별한 다이닝 장소로 변신했다. 셰프가 즉석으로 직화 스테이크를 구워내고 산지 직송 석화찜 등 별미 음식을 만들 때의 현장감이 그대로 전해졌다. 소프라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