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에 한 번쯤은, 이런 길을 걸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나를 찾는 길’(김광수·처음북스·2017년) 》 “요즘 행복하니?” 이런 질문을 받고 바로 “그렇다”고 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도 대다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한참을 고민할 것이다.…
요즘 부모들에게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언제 사 줄 것이냐’라는 질문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하는 얘기만큼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현대생활에서 스마트폰은 생활필수품에 가까운 존재이지만 스마트폰 중독과 같은 부작용이 염려된다.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법에 대한 교육도 부모의 걱정거리…
《 피가 튄다. 할멈의 피다. 눈앞이 붉어진다. 할멈은 아팠을까. 지금의 나처럼. 그러면서도 그 아픔을 겪는 게 내가 아니고 자신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까. ―‘아몬드’(손원평·창비·2017년) 》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윤재가 있다. 소년은 외부의 자극에 따라 기쁨, …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인권운동에 힘쓰는 활동가이기도 한 인물이 돈과 빚에 대해 이야기한다. 욕망 때문에 빚을 지고 마는 현대인을 비판하는, 뭔가 도덕적인 이야기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여든이 다 되어 가는 나이의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오히려 어릴 적 자신이 돈에 매료됐…
《 김지영 씨는 한 번씩 다른 사람이 되었다. 살아 있는 사람이기도 했고, 죽은 사람이기도 했는데, 모두 김지영 씨 주변의 여자였다.―‘82년생 김지영’(조남주·민음사·2017년) 》 친구 A는 딸을 낳고 3개월 만에 복직했다고 했다. 육아휴직은 없었다. 부른 배가 채 다 들어가기도…
저마다 판단은 다르겠지만 프로야구 한화 김성근 감독(75)의 전성기는 2014년이었다고 생각한다. 김 감독이 이끌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가 해체되면서 야인(野人)으로 돌아왔을 때다. 그는 한국시리즈 우승 3회, 준우승 2회를 이끌며 ‘야신(野神)’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대중적 인기는 …
《다만, 북촌에 그가 건설한 한옥집단지구 가회동 31번지의 아름다운 외형만을 기억할 뿐이다.―건축왕, 경성을 만들다(김경민·이마·2017) 》 서울에서 가장 ‘핫’한 동네 가운데 하나인 종로구 가회동 북촌에는 작은 한옥들이 처마를 이어 가며 모여 있다. 도심 속 고즈넉한 분위기에 반…
‘자기애(自己愛)’가 가득한 시대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란 말이 유행을 타면서 나를 위한 인생이 주요 화두가 됐다. 온전한 자존감을 성취하기 위해 나를 사랑한다는 개념의 ‘나르시시즘(narcissism)’, 이 자체를 긍정적으로 …
《 “지금까지,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아 왔어, 라고 나는 생각한다”―‘키친’(요시모토 바나나·민음사·1999년) 》 최근 부모님 집에 있던 식탁을 버렸다. 동생보다 불과 한 살 어린, 27년이나 된 녀석이었다. 엄마는 “진짜 오래됐다, 버려도 누가 뭐라 하지 않겠다”고 하셨지만…
맨손으로 중견기업을 일군 자수성가 기업인을 만나 인생 스토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각종 어려움을 딛고 기업을 키워낸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또 “경쟁력 없는 기업들은 도태되게 놔둬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정부가 망하는 기업을 도와주면 부실한 기업들은 자생력을 못 키우…
《 “그 학생이 또 기억력은 엄청 좋아서 일본문학회 연설회에서 진지하게 내 말을 따라 하는데 얼마나 웃기던지. 방청객이 한 백 명 되었는데 다들 열심히 경청하더라고.” ―‘이 몸은 고양이야’(나쓰메 소세키·창비·2017년) 》 나라가 큰 혼란에 빠진 채 몇 달이 흘렀다. 대통령과 그…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 ‘휴식=행복’이 된 지 오래다. 직장생활의 애환을 담은 tvN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충혈된 눈으로 층수만 뚫어져라 응시하던 직장인들은 반쯤 열린 엘리베이터 문틈을 비집고 나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흩어진다. 1분 1초라도 빨리 회사에서 벗어…
《 “회사나 조직을 사랑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책 읽는 고양이·2016년) 》 2015년 두산인프라코어는 갓 입사한 신입사원도 희망퇴직 대상으로 분류해 충격을 줬다. 그만큼 한국 경제에 드리운 경기 침체가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준 사건이었…
트라우마라는 단어는 한국 사회에서도 이미 너무 보편적으로 사용돼서 상투적으로 들리기 시작한 단어다. 하지만 트라우마 증상의 의학적 진단명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는 병명은 1980년 미국에서 생긴 것으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사건, 사고 피해자들의 정신적 충격…
《 “이 도시에서 나는 끝내 밀려나고야 말테지만 그래도 그 전에, 골목 갈피의 기억 끄트머리를 하나라도 붙잡고 싶었다.”―‘뜨겁게 안녕’(김현진·다산북스·2011년) 》 대학 졸업식을 며칠 앞두고 이사를 했다. 목적지는 서울 외곽 어디쯤이었다. 원래 지인이 반전세로 살던 곳. “계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