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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도 없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아무도 없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

    • 202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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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객이 작품이 되는 순간[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관객이 작품이 되는 순간[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관객은 실로 다양하다. 미술 전문가들부터 시작해서 관람 경험이 일천한 사람들까지. 선생님을 따라 단체 관람 온 학생들은 물론이고, 모작(模作)을 그리기 위해 온 화가도 있고, 인스타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온 연인들도 있다. 유럽의 미술관에는 은퇴한 노인들이 많이 오는 반면, 한국의…

    • 202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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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현을 떠난 순수한 자아란 없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표현을 떠난 순수한 자아란 없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자기 자신이야말로 변치 않는 관심의 대상이 아닐까. 타자를 사랑하거나 증오해도, 결국 자신을 통해서 사랑하고 증오하는 법. 고통도 쾌락도 슬픔도 즐거움도 결국 자신이 느끼는 법. 그러다 보니 도대체 자신에게 무관심하기 어렵다. 그러나 자신을 제대로 알기는 쉽지 않다. 왜? 자신을 대상…

    • 2024-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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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근법으로 새해를 보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원근법으로 새해를 보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미셸 투르니에가 말했듯이, 성탄절부터 정월 초하루까지의 일주일은 시간 밖의 괄호와도 같다. 실로 이상하지 않은가. 성탄절이 띄운 기분은 어디로 착지해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그 마음의 공백 속에서 한 해의 기억은 눈발처럼 뿔뿔이 흩어진다. 그러다 보면 자제력을 잃은 나머지 자칫 맥락 없…

    • 2023-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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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형적이지 않아서 더 흥미로운 한국의 모습[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전형적이지 않아서 더 흥미로운 한국의 모습[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평상시 물고기가 물을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평상시 한국인들은 한국을 의식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한국인은 그저 인간이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다르다. 그저 인간이기를 그치고 새삼 한국인이 된다. 음식의 경우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한국에서 한국인은 그저 음식을 먹는다. 백반을 먹을 때조…

    • 202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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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품으로 도약한 달항아리와 변기[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예술품으로 도약한 달항아리와 변기[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따뜻한 순백의 색깔, 너그러운 형태미, 부정형의 정형이 보여주는 어질고 선한 맛과 넉넉함, 그 모두가 어우러지는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정녕 한국인의 마음, 한국인의 정서, 한국인의 삶에서만 빚어질 수 있는 한국미의 극치.” 이것은 달항아리(민무늬 백자대호)에 대한 전(前) 문화재청…

    • 2023-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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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이상 증명하지 못하는 증명사진[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더 이상 증명하지 못하는 증명사진[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이른바 아이돌 비즈니스에 정통한 사람이 내게 말한 적이 있다. 스타가 되는 과정에서 외모의 제약은 예전보다 덜하다고. 왜냐고? 성형 수술이 발달해서라고. 어지간한 외모는 거의 다 바꿀 수 있다고. 그러나 해가 지지 않는 대한민국 성형계도 어찌 못하는 영역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머리통…

    • 202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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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누는 보급형 구세주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비누는 보급형 구세주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비누는 가장 일상적인 사물이다. 구본창은 그 비누를 찍는다. 구본창의 비누 사진은 일상 소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한 현대 사진 흐름의 일부다. 그런데 왜 하필 비누란 말인가. 비누는 소모품이다. 오랫동안 곁에 두고 함께 할 손때 묻은 물건이 아니라, 잠시나마 곁에 묻어온 손때를 …

    • 202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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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이라는 미로를 견디는 법[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삶이라는 미로를 견디는 법[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삶은 미로(Maze)일까, 미궁(Labyrinth)일까. 미궁은 하나의 길이 이리저리 돌다가 결국은 귀착지에 이르는 구조이지만, 미로는 갈림길이 도처에 있어 귀착지에 이른다는 보장이 없는 구조다. 삶은 미로인가, 미궁인가. 갈림길에서 갈팡질팡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미로를 닮았고, 결국 …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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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세로 돌아간 듯… 태피스트리가 펼치는 환영의 세계[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중세로 돌아간 듯… 태피스트리가 펼치는 환영의 세계[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저 사람과 관계를 한 차원 더 고양시키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여기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 적절한 스킨십을 시도하라. 촉각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만 가능한 경험이기에 그만큼 내밀한 관계를 전제로 한다. 친구나 연인 …

    • 202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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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로워지기 위해 스스로를 가뒀던 사람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자유로워지기 위해 스스로를 가뒀던 사람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이 더운 여름, 이탈리아의 오래된 도시 피렌체에 도착했다. 학생들과 오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제국의 주변을 둘러보기로 약속했었다. 제국의 주변에 있었지만 조공국이 되지 않으려 몸부림친 국가들을 살펴보기로 약속했었다. 유럽 중세 및 르네상스 시기 도시국가들의 흔적을 답사하…

    • 202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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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이 되고 싶은 인간, 인간이 되고 싶은 고깃덩어리[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신이 되고 싶은 인간, 인간이 되고 싶은 고깃덩어리[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돼지야!” 누군가 당신을 부른다. 자,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대체 어떤 놈이 감히….” 날씬한 몸이 인기 있는 요즘, 사람들은 대개 날씬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그게 비록 거짓말이라고 할지라도. 따라서 살찐 존재의 대명사 “돼지”는 긍정적인 함의를 띠기 어렵다. 그러나 돼지…

    • 2023-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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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두서와 베이컨의 자화상이 말하는 것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윤두서와 베이컨의 자화상이 말하는 것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먼저, 윤두서(1668∼1715)를 보라. 윤두서는 17세기 조선의 유명한 정치가이자 문인이었던 윤선도(尹善道)의 증손이다. ‘어부사시사’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윤선도가 함경도에 유배되었을 때, 큰아들에게 집안 관리 잘하라고 당부하는 편지를 쓴다. 그 편지는 ‘충헌공가훈(忠憲公家訓)’이…

    • 202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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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감한 그림 앞에서 할 수 있는 일[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난감한 그림 앞에서 할 수 있는 일[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현대 미술 작품 앞에 서면 종종 난감하다. 예컨대 루치오 폰타나의 ‘공간 개념(Concetto Spaziali)’ 같은 작품 앞에 처음 서면, 특히 난감하다. 뭐야, 이거. 무서워… 음… 이런 건 나도 하겠는데. 그도 그럴 것이 깨끗한 화폭 위에 칼자국을 쓱쓱 낸 것에 불과한 것처럼 …

    • 20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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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즈가 예술품이 될 수 있나[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굿즈가 예술품이 될 수 있나[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당신도 어쩌면 밥보다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모른다. 밥을 먹고 입가심으로 디저트를 먹는 게 아니라, 디저트를 먹기 위해 밥을 먹는 사람인지 모른다. 잡지를 사다 보니 부록을 갖게 되는 게 아니라, 부록이 탐나서 잡지를 사는 사람인지 모른다. 읽기 위해 책을 사는 게 아니라, 딸려…

    • 20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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