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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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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산사 가는 길·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65〉

    낙산사 가는 길·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65〉

    세상에 큰 저울 있어 저 못에 담긴 고요 달 수 있을까 산 하나 담긴 무게 달 수 있을까 달 수 있는 하늘 저울 마음일 뿐. ―유경환(1936∼2007)가을 하늘이 높아지면 갑자기 세상이 확 넓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착시라도 좋다. 눈앞의 공간이 넓어지면 우리의 생각은 …

    • 202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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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의 용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64〉

    바다의 용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64〉

    누군가 용서하고 싶은 날 바다로 가자/누군가 용서하며 울고 싶은 날/바다로 가자 나는 바다에서 뭍으로 진화해 온/등 푸른 생선이었는지 몰라, 당신은/흰 살 고운 생선이었는지 몰라 바다는 언제나 우리의 눈물 받아/제 살에 푸르고 하얗게 섞어 주는 것이니 바다 앞에서 용서하지 못할 …

    • 202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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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에게 보내는 택배[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63〉

    나무에게 보내는 택배[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63〉

    다시 태어나면 산동네 비탈 굴 껍데기처럼 다닥다닥 붙어 사는 이들에게 시원한 바람이나 눈송이를 배달해주는 씩씩한 택배기사가 되었으면 좋겠네 재벌과 플랫폼 업자들이 다 나눠 먹고 티끌 같은 건당 수수료밖에 안 떨어지는 이승의 목마른 비정규직 택배 일 말고 인생에 꼭 필요한 사랑의 원…

    • 202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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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명(月明)[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62〉

    월명(月明)[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62〉

    한 그루 나무의 수백 가지에 매달린 수만의 나뭇잎들이 모두 나무를 떠나간다. 수만의 나뭇잎들이 떠나가는 그 길을 나도 한 줄기 바람으로 따라 나선다. 때에 절은 살의 무게 허욕에 부풀은 마음의 무게로 뒤처져서 허둥거린다. 앞장서던 나뭇잎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쩌다 웅덩이에 처박…

    • 202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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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물의 형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61〉

    눈물의 형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61〉

    언젠가 식탁 유리 위에 한 줌의 생쌀을 흩어놓고 쇠젓가락으로 하나하나 집으니 어느새 눈물이 거짓말처럼 멎는 거야 여전히 나는 계속 울고 있었는데, 마치 공기 중에 눈물이 기화된 것처럼 그런 이야기를 하며 또 너는 운다 나는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쇠젓가락을 가지고 네 맞은편에 …

    • 202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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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록 풀물[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60〉

    초록 풀물[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60〉

    풀밭에서 무심코 풀을 깔고 앉았다. 바지에 배인 초록 풀물 초록 풀물은 풀들의 피다. 빨아도 지지 않는 풀들의 아픔 오늘은 온종일 가슴이 아프다. ―공재동(1949∼ )얼마 전만 해도 사람들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셨는지” 서로의 안부를 물었는데 지금은 좀 …

    • 2022-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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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개뼈[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9〉

    날개뼈[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9〉

    네가 길바닥에 웅크려 앉아 / 네 몸보다 작은 것들을 돌볼 때 / 가만히 솟아오르는 비밀이 있지태어나 한 번도 미끄러진 적 없는 / 생경한 언덕 위처럼녹은 밀랍을 뚝뚝 흘리며 / 부러진 발로 걸어가는 그곳인간의 등 뒤에 숨겨두고 / 데려가지 않은 새들의 무덤처럼―조온윤(1993∼)

    • 2022-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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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8〉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8〉

    보도블록 틈에 핀 씀바귀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나를 멈추게 한다나는 …

    • 2022-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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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6〉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6〉

    나를 번역할 수 있다면 뜨거운 여름일 것이다/꽃가지 꺾어 창백한 입술에 수분하면 교실을 뒤덮는 꽃/꺼지라고 뺨 때리고 미안하다며 멀리 계절을 던질 때/외로운 날씨 위로 떨어져 지금껏 펑펑 우는 나무들/천천히 지구가 돌고 오늘은 이곳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단 한번 사랑한 적 있지만 다시…

    • 2022-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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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의 길[나민애의 시가깃든 삶]〈355〉

    인간의 길[나민애의 시가깃든 삶]〈355〉

    고래의 길과 / 갯지렁이의 길과너구리의 길과 / 딱정벌레의 길과제비꽃의 길과 / 굴참나무의 길과북방개개비의 길이 있고드디어 인간의 길이 생겼다그리고 인간의 길옆에피투성이가 된 고양이가 버려져 있다북방개개비의 길과 / 굴참나무의 길과제비꽃의 길과 / 딱정벌레의 길과너구리의 길과 / 갯지…

    • 202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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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샘[나민애의 시가깃든 삶]〈354〉

    샘[나민애의 시가깃든 삶]〈354〉

    군대 간 아들이 보고 싶다고자다 말고 우는 아내를 보며저런 게 엄마구나 짐작한다허리가 아프다며 침 맞고 온 날화장실에 주저앉아 아이 실내화를 빠는 저 여자봄날 벚꽃보다 어지럽던내 애인은 어디로 가고돌아선 등만 기억나는 엄마가 저기 ―전윤호(1964∼ )

    • 202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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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한여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353〉

    또 한여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353〉

    소나기 멎자매미소리젖은 뜰을다시 적신다.비 오다 멎고, 매미소리그쳤다 다시 일고,또 한여름이렇게 지나가는가.소나기 소리매미소리에아직은 성한 귀기울이며또 한여름이렇게 지나보내는가. ―김종길(1926∼2017)

    • 202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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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과 고기[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2〉

    별과 고기[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2〉

    밤에 눈을 뜬다. / 그리고 호수에 / 내려앉는다.물고기들이 / 입을 열고 / 별을 주워 먹는다.너는 신기한 구슬 / 고기 배를 뚫고 나와 / 그 자리에 떠 있다.별을 먹은 고기들은 / 영광에 취하여 / 구름을 보고 있다.별이 뜨는 밤이면 / 밤마다 같은 자리에 / 내려앉는다.밤마다 …

    • 2022-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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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1〉

    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1〉

    그대 보이지 않는 것은없어진 것이 아니라수미산이 가려 있기 때문이리그대 미소가 보이지 않는 것은없어진 것이 아니라잎새에 가려 있기 때문이리그대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없어진 것이 아니라바람 속에 묻혀 있기 때문이리아 두고 온 얼굴을 찾아하늘로 솟구치는 몸부림그대 가슴에 뚫린 빈 항아…

    • 202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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