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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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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범벅[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85〉

    꽃범벅[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85〉

    꽃 베던 아해가 키 높은 목련꽃 예닐곱 장 갖다가 민들레꽃 제비꽃 하얀 냉이꽃 한 바구니 모아다가 물 촉촉 묻혀서 울긋불긋 비벼서 꽃범벅, 둑에서 앓고 있는 백우(白牛)한테 내미니 독한 꽃내 눈 따가워 고개를 젓고 그 맛 좋은 칡순 때깔 나는 안들미 물오른 참쑥 키 크다란 미나리를 덩…

    • 2021-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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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부[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84〉

    안부[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84〉

    잘 지냈나요?나는 아직도 봄이면서 무럭무럭 늙고 있습니다.그래요, 근래 ‘잘 늙는다’는 것에 대해 고민합니다.달이 ‘지는’ 것, 꽃이 ‘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왜 아름다운 것들은 이기는 편이 아니라 지는 편일까요.잘 늙는다는 것은 잘 지는 것이겠지요.…부끄럽지 않게 봄을 보낼…

    • 202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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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 이름을 물었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83〉

    꽃 이름을 물었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83〉

    예전에는 가정이 출발점이라고 했다. 가정이 모여 공동체가 되고, 공동체가 모여서 세계가 된다고. 그러니까 가정은 씨앗 같은 거였다. 그걸 통해 우리는 멀리 나아가는 꿈을 꿨다. 멀리 갔다가 너무 힘들면 돌아오는 꿈도 꿨다. 지금은 가정이 출발점이 아니라 마지막 보루가 되었다. 심정적…

    • 202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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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정이 나를[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82〉

    다정이 나를[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82〉

    누가 다정하면 죽을 것 같았다장미꽃나무 너무 다정할 때 그러하듯이저녁 일몰 유독 다정할 때유독 그러하듯이뭘 잘못했는지다정이 나를 죽일 것만 같았다 ―김경미(1959∼)

    • 2021-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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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기하고 싶다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81〉

    포기하고 싶다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81〉

    《옥상에 올라온 참새를 보고 놀라다가 아 너는 새지 너는 날 수가 있지, 라고 중얼거렸다살아 있다는 것을 잊고살아 있다너무 위험하다고 느껴질 때는나한테 전화해도 된다고 선생님이 말해줄 때고마웠다삶은 어디에나 있다삶은 어디에나삶은 어디에삶은 어디삶은동생이 비둘기에 대한 단상을 이야기해줄…

    • 2021-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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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목에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80〉

    영목에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80〉

    … 한때는 귀신이 펑펑 울 그런 해원의 시를 쓰고 싶었다. 천년의 세월에도 닳지 않을, 언뜻 주는 눈길에도 수만 번의 인연을 떠올려 서로의 묵은 업장을 눈물로 녹이는 그런 시./이제 이 나이가 되어서야, 지게 작대기 장단이 그리운 이 나이가 되어서야, 고향은 너무 멀고 그리운 사람들 …

    • 20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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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귤 한 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9〉

    귤 한 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9〉

    귤 한 개가 방을 가득 채운다.짜릿하고 향깃한 냄새로 물들이고,양지짝의 화안한 빛으로 물들이고,사르르 군침 도는 맛으로 물들이고,귤 한 개가 방보다 크다.―박경용(1940∼ )

    • 2021-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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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8>

    폭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8>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온 어린 노루 사냥꾼의 눈에 띄어 총성 한 방에 선혈을 눈에 뿌렸다 고통으로도 이루지 못한 꿈이 슬프다 ―유자효(1947∼)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보리 풍년이 든다’는 속담이 있다. 눈은 어디에서 봐도 눈인데 입장이 다르면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 것이…

    • 2021-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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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에 빗자루 기대며[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7〉

    담에 빗자루 기대며[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7〉

    담에 빗자루 기대며―신현정(1948∼2009) 이 빗자루 손에 잡아보는 거 얼마만이냐/여기 땅집으로 이사와 마당을 쓸고 또 쓸고 한다/얼마만이냐/땅에 숨은 분홍 쓸어보는 거 얼마만이냐/마당에 물 한 대야 확 뿌려보는 거 얼마만이냐/땅 놀래켜보는 거 얼마만이냐/어제 쓸은 마당, 오늘 또…

    • 2021-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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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6〉

    12월[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6〉

    12월 ―홍윤숙(1925∼2015) 한 시대 지나간 계절은/모두 안개와 바람/한 발의 총성처럼 사라져간/생애의 다리 건너/지금은 일년 중 가장 어두운 저녁/추억과 북풍으로 빗장 찌르고/안으로 못을 박는 결별의 시간/이따금 하늘엔/성자의 유언 같은 눈발 날리고/늦은 날 눈발 속을/걸어와…

    • 2020-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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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5〉

    우주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5〉

    우주인 ―김기택(1957∼ ) 허공 속에 발이 푹푹 빠진다/허공에서 허우적 발을 빼며 걷지만/얼마나 힘드는 일인가/기댈 무게가 없다는 것은/걸어온 만큼의 거리가 없다는 것은/그동안 나는 여러 번 넘어졌는지 모른다/지금은 쓰러져 있는지도 모른다/끊임없이 제자리만 맴돌고 있거나/인력에 끌…

    • 202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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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하나 꽃 피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4〉

    나 하나 꽃 피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4〉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1949∼ ) 나 하나 꽃 피어/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말하지 말아라/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결국 풀밭이 온통/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나 하나 물들어/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말하지 말아라/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결국 온 산이 활활/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 202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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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부랑 할머니[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3〉

    꼬부랑 할머니[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3〉

    꼬부랑 할머니 ―남재만(1937∼ ) 삶이 뭔지, 난 묻지 않으리. 저어기 저 할머니 꼬부랑 할머니 구십을 넘게 살았어도. 삶이 뭔지 그게 도대체가 뭔지 아직도 알 수가 없어. 저렇게 의문표가 되어 온몸으로 묻고 있는데, 난 묻지 않으리. 삶이 뭔지 뭐가 삶인지 내사 묻지 않으…

    • 202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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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2〉

    연[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2〉

    연 ―김현승(1913∼1975) 나는 내가 항상 무겁다, 나같이 무거운 무게도 내게는 없을 것이다. 나는 내가 무거워/나를 등에 지고 다닌다,/나는 나의 짐이다. 맑고 고요한 내 눈물을/밤이슬처럼 맺혀보아도, 눈물은 나를 떼어낸 조그만 납덩이가 되고 만다. 가장 맑고 아름다운/…

    • 202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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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운 사랑[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1〉

    추운 사랑[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71〉

    추운 사랑 ―김승희(1952∼ ) 아비는 산에 묻고 내 아기 맘에 묻네, 묻어서 세상은 재가 되었네, 태양의 전설은 사라져가고 전설이 사라져갈 때 재의 영(靈)이 이윽고 입을 열었네 아아 추워-라고, 아아 추워서 아무래도 우리는 달려야 하나, 만물이 태어나기 그 전날까지 아무래…

    • 202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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