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은 희천(熙川) 지방의 농사꾼이다. 시집온 지 5년 만에 남편이 죽고, 두 살 난 유복자만 하나 있었다. 어느 날 시아버지가 다툼 끝에 이웃사람에게 찔려 죽었다. 그런데 부인은 관가에 고발하지 않고 조용히 시체를 거두어 장사 지냈다. 그 뒤로 2년이 지나도록 시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새로 정사를 펼치는 처음에 가장 먼저 힘써야 하는 것은 백성을 불쌍히 여기는 것입니다 新政之初所當先務者在3民 (신정지초 소당선무자 재휼민) ―중종실록 연산군은 온갖 학정과 난잡한 짓을 일삼다 왕위에서 쫓겨났고, 반정을 통해 왕위에 오른 중종은 왕위에 오른 첫날부터 전왕이 저질렀던 폐…
내가 서울에 갔을 때 시장에서 어떤 그릇을 보았다. 위는 둥글고 아래는 평평하며 속은 비었고 꼭대기에 일(一) 자 형태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못 보던 것이라 마부에게 “이것이 무슨 그릇이냐” 하고 물으니 “벙어리입니다. 입은 있으면서 말을 못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이름을 붙였…
《덕이 없으면서도 명예를 탐하고 이롭게 여겨 억지로 스승이 되는 것은 망령된 것이다 無其德而貪名樂利 强爲人師者 妄也 (무기덕이탐명락리 강위인사자 망야) -이서, ‘홍도유고(弘道遺稿)’》 스승이란 어떤 사람인가. 조선 후기의 학자 이서(李서)는 ‘자신의 도를 미루…
영상(領相) 상진(尙震)이 말하기를 “어찌 차마 살아 있는 짐승을 보면서 잡아먹을 것을 생각하랴” 하였으니, 이 말에서 마땅히 경계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비록 닭이나 개 같은 미물이라 해도,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간혹, 저것은 고기 맛이 좋다느니 나쁘다느니 또는 삶아 먹어야 한다느…
《쥐는 일개 하찮은 짐승인데 형세를 의지하고 있으니 고양이가 이를 쫓아내지 못하는구나 夫鼠乃一卑汚之物而托得其勢猫不能去之 (부서내일비오지물 이탁득기세 묘불능거지) ―김중청 ‘구전집(苟全集)’》 조선 중기의 문신인 김중청이 벼슬에서 물러난 뒤, 시골에 작은 집을 하나 빌려 살았다. …
아버지가 후처에게 빠져 전처의 아들을 학대하자, 전처의 아들은 아내를 버리고 집을 나갔다. 30년이 흘러 부모가 다 돌아가셨을 때 전처의 아들이라며 어떤 중이 나타났다. 옛날 일을 상세히 말하니 사람들이 모두 믿었고, 아내와도 다시 결합했다. 후처가 낳은 두 아들 내외가 사실인지 의심…
《의리에 맞는가는 살펴보지 않고 오로지 이익과 공적만을 생각한다면 분명 소인이다. 不顧義理之得失而一以謀利計功爲心者必小人也 (불고의리지득실 이일이모리계공위심자 필소인야) - 정개청의 ‘우득록(愚得錄)’》 전통사회에서는 사람을 구분하는 가장 보편적인 용어로 군자와 소인이라는 표현을 …
개구리가 뛰어가고 뱀이 그 뒤를 쫓고 있었다. 개구리는 빠르고 뱀은 느릿느릿하기 때문에 형세로 보아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개구리는 처음에는 거의 한 길씩 되게 뛰다가도 잠시 뒤에는 문득 서버리곤 하였다. 그 때문에 뱀이 곧바로 따라잡아서 개구리를 물었다. 이것을 보고 …
《임금이 비추어 살펴볼 것은 거울에 있지 않고 옛일에 있다. 人君之鑑不在於鏡而在於古(인군지감 부재어경이재어고) -유경심 ‘구촌집(龜村集)’》 중국 당나라 현종(玄宗)에게 어떤 사람이 거울을 하나 바쳤다. 눈이 부실 정도로 맑았고 뒤쪽에는 용이 새겨져 있었다. 당 현종은 수심경(水…
떠돌아다니던 고양이 한 마리가 집으로 들어왔다. 타고나길 도둑질을 잘하는 데다 마침 잡아먹을 쥐도 많지 않아 늘 배가 고프다 보니 조금만 단속을 소홀히 해도 밥상에 차려 놓은 음식까지 훔쳐 먹었다. 사람들이 몹시 미워해서 잡아 죽이려 하면 또 도망치기도 잘했다. 그러다가 얼마 후…
《어리석은 이를 폐하고 밝은 이를 세우는 것은 고금에 통용되는 의리이다 廢昏立明 古今通義 (폐혼입명 고금통의) ―‘중종실록’》 조선왕조 500년 동안 27명의 임금이 있었는데, 이 중 2명이 반정(反正)을 통해 왕위에서 쫓겨났다. 쫓겨난 이들은 전임 왕으로서의 지위도 모두 상실하여 호…
인정상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원래 누구든지 마음을 모질게 먹고 도리를 어겨가면서 본성과 어긋나게 행하지는 못하는 법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하는 경우가 있다면 여기에는 남들이 모르는 깊은 사정과 숨은 뜻이 있음이 분명하다.(事之大不近於人情者, 自非忍心逆理拂人之性. 然…
보는 것은 항상 적고 보지 못하는 것은 항상 많으며, 아는 것은 항상 적고 알지 못하는 것은 항상 많다. 其見者常少而不見者常多其知者常少而不知者常多 (기견자상소이불견자상다 기지자상소이부지자상다) ― 조임도의 ‘간송집(澗松集)’ 사람들이 인물을 평가할 때에는 많이 드러나 알려진 사람을…
이(李) 씨는 부유한 상인의 아내로 몹시 예뻤다. 동업하던 남자가 이 씨를 좋아하여 그 남편을 여행길에서 죽였다. 장례를 잘 치러 주고 돌아와 이 씨에게 남편이 물에 빠져 죽었다고 속이고 남편의 재물을 모두 돌려주었는데 하나도 빼돌린 것이 없었다. 이 씨가 상기(喪期)를 마치자 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