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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희의 자동차 칼럼]100년 이어온 벤틀리 정신 ‘동급 최고’를 증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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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희의 자동차 칼럼]100년 이어온 벤틀리 정신 ‘동급 최고’를 증명하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입력 2019-03-22 03:00수정 2019-03-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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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모터쇼에서 선보인 ‘컨티넨탈 GT 넘버 나인 에디션 바이 멀리너’. 모터스포츠 역사를 기리는 특별 모델이다. Bentley Motors 제공
한 세기, 즉 100년 동안 그 이름을 지켜온 브랜드는 많지 않다. 처음 발명된 지 130년이 조금 넘는 자동차 분야와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럭셔리 브랜드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여러 럭셔리 브랜드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명멸하기를 반복했다. 오랜 세월에 걸쳐 꾸준히 그 가치를 인정받은 브랜드만이 살아남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벤틀리다. 7월 10일이 벤틀리가 자동차의 세계에 뛰어든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다.

벤틀리는 100년 전 런던에서 첫 시험제작 차를 만든 이후, 럭셔리 브랜드 중에서도 남다른 성능과 개성이 돋보이는 차들을 만들어왔다. 그 차들을 향유한 사람들과 더불어 자동차 문화 흐름에 적잖은 영향을 주었다.

여러 럭셔리 브랜드가 그렇듯, 완벽한 차를 만들려는 의지가 없다면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품질과 성능, 특별함이 모두 담긴 차는 탄생할 수 없다. 지금까지 벤틀리가 특별한 차들로 많은 이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창업자의 고집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벤틀리 창업자 월터 오웬 벤틀리(왼쪽). 자동차 애호가로서, 엔지니어로서 그는 최고의 차를 만들고 싶어했다. Bentley Motors 제공
벤틀리를 일으킨 사람은 흔히 W.O.라는 머리글자로 불리는 월터 오언 벤틀리(Walter Owen Bentley)다. 그는 1888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기계에 관심이 많았다. 열여섯 살이 되던 해에 수습생으로 철도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한 그는 금세 증기기관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한창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던 내연기관, 즉 가솔린 엔진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특히 모터사이클 경주에 출전하면서 가솔린 엔진의 장점을 직접 확인한 그는 오래지 않아 자동차 사업으로 발길을 돌렸다. 자신의 경주차를 만들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면서 더 좋은 엔진 개발에 힘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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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뒤 영국 해군항공대에 복무하면서 그의 능력은 더욱 빛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직접 엔진을 개발하면서 얻은 지식을 비행기용 엔진 개선에 반영한 것이다. 그의 제안 덕분에 기존 엔진을 더 강력하고 튼튼하게 만들 수 있게 되면서 그는 엔진 엔지니어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항공기용 성형 엔진을 개발하게 됐다. 대량생산된 그의 엔진은 1차대전 당시 명 전투기 중 하나로 꼽히는 소피드 카멜을 비롯한 여러 비행기에 쓰여 호평을 얻었다.

혁신적 엔지니어로서 타고난 자질을 보여주었던 그는 전쟁이 끝나고 군복무를 마친 뒤에 자신이 꿈꾸던 차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 결과가 바로 1919년에 탄생한 자동차 브랜드 벤틀리였다. 처음 만든 차부터 그가 비행기 엔진을 개발할 때 활용했던 기술이 쓰인 덕분에 벤틀리 차들은 뛰어난 성능과 내구성을 자랑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 경주 중 하나로 지금까지 열리고 있는 르망 24시간 경주에서 벤틀리는 1920년대에 여러 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우수성을 입증했다.

브랜드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100대 한정 생산되는 ‘뮬잔 W.O. 에디션 바이멀리너’는 1930년형 8리터 모델에서 영감을 얻었다. Bentley Motors 제공
그는 벤틀리를 만들면서 ‘빠른 차, 좋은 차, 동급 최고의 차’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차의 모습은 여러 벤틀리 차들에 반영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벤틀리는 지난해부터 다양한 제품을 통해 100주년의 특별한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동차 이벤트인 몬터레이 카 위크를 통해 첫선을 보인 ‘뮬잔 W.O. 에디션 바이 멀리너’는 브랜드를 탄생시킨 창업자에 대한 경의를 담은 모델이다. 단 100대만 한정 생산되는 이 모델은 현재 생산되고 있는 최고급 모델 ‘뮬잔’에 창업자 W.O. 벤틀리가 마지막으로 직접 설계한 1930년형 ‘벤틀리 8리터’에서 영감을 얻은 요소들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영국 자동차 문화의 황금기로 여겨지는 1930년대를 상징하는 ‘벤틀리 8리터(Liter)’는 창업자의 철학을 완성하는 모델이기도 했다. ‘8리터’는 W.O. 벤틀리가 ‘시속 100마일(약 160km)에서도 죽은 듯 조용한 차를 만들고 싶었고, 이제 그런 차를 만든 것 같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 차였다. 뮬잔 W.O. 에디션 바이 멀리너는 오리지널 8리터 모델의 고전적이고 화려한 실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은 물론이고 차마다 W.O. 벤틀리가 직접 소유했던 8리터의 엔진 크랭크샤프트 조각을 담아 만들어진다. 이는 창업주에 대한 경의와 더불어 모든 차에 실제 벤틀리 역사의 일부를 담는다는 의미가 있다.

벤틀리는 이달 초 스위스에서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서 또 하나의 100주년 기념 모델을 선보였다. 얼마 전 선보인 최신형 컨티넨털 GT를 바탕으로 만든 ‘넘버 나인(Number 9) 에디션 바이 멀리너’가 바로 그것이다. 이 차는 1920년대부터 30년대에 걸쳐 모터스포츠에서 벤틀리의 이름을 높인 ‘벤틀리 보이즈’의 주역 팀 버킨과 그가 몰고 1930년 르망 24시간 경주에 출전한 4 1/2리터 ‘블로워’ 벤틀리에서 영감을 얻었다. 벤틀리가 명성을 얻는 데 큰 원동력이 되었던 모터스포츠 역사를 기리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컨티넨털 GT 넘버 나인 에디션 바이 멀리너’는 오리지널 4 1/2리터 경주차를 연상케 하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독특한 차체색으로 일반 모델과 구분된다. 실내 역시 오리지널 모델의 분위기를 살려 헤드레스트와 도어 내장재에 벤틀리를 상징하는 ‘B’ 로고를 새겼다. 시계 브랜드 브리티시 예거가 당시 경주차에 쓰였던 계기와 같은 방식으로 만든 아날로그 시계를 대시보드에 달았다. 둥근 패턴이 가지런히 이어지는 반광택 알루미늄 실내 장식도 옛 경주차 분위기를 돋운다. 이 차 역시 뮬잔 W.O. 에디션 바이 멀리너처럼 단 100대만 생산될 예정이다.

이처럼 특별한 의미를 담은 한정 모델 외에 벤틀리는 올해 생산되는 모든 차에 100주년을 기념하는 상징적 요소를 담는다. 실내외 곳곳에 있는 ‘B’ 로고를 특별한 센티너리 골드 색으로 치장하고, 보닛과 트렁크에 붙는 배지에는 숫자 1919와 2019를 함께 새겨 넣는다. 문을 열었을 때 지면을 비추는 조명에도 같은 숫자가 표시된다.

럭셔리 브랜드에서 오랜 역사가 의미가 있는 것은 탁월함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고 그런 노력이 널리 인정받았음을 지나온 세월이 입증하기 때문이다. 벤틀리도 한때는 격랑의 시간을 보냈지만, 지금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많은 사람이 소유하고 싶은 럭셔리 카 브랜드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100년 전 W.O. 벤틀리가 꿈꿨던 이상을 시대의 흐름에 맞춰 계속해서 추구한다면, 앞으로 맞을 새로운 100년에도 벤틀리는 럭셔리 카 브랜드로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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