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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과학으로 본 인류의 미래… 상상하라, SF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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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과학으로 본 인류의 미래… 상상하라, SF처럼

손택균기자 입력 2017-03-25 03:00수정 2017-03-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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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의 힘/고장원 지음/460쪽·1만8000원·추수밭
영화 ‘인터스텔라’(2014년)에 등장한 우주선의 모습. 힘을 사용하지 않는 우주의 무중력 상태에서 인간의 뼈, 인대, 힘줄은 서서히 퇴화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계속 회전하며 움직이는 인공중력 우주선’ 아이디어가 영화에 적용됐다. 동아일보DB
“혼란스럽지만 진보하고 있는 지식의 테두리 안에서, 우주 속 인간의 정의와 위상을 기술하는 문학 형식.”

서문에 인용한 영국 과학소설가 브라이언 올디스의 말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공상과학’이라 번역해 부르는 SF(Science Fiction)를 표제로 내건 이 책이 만약 숱하게 빚어져 소비된 과학기술 판타지의 두툼한 묶음이었다면 굳이 시간 들여 읽을 까닭이 없다.

과학칼럼니스트인 저자의 시선은 줄곧 인간과 인간사회에 꽂혀 있다. 개인과 집단의 속내를 파헤쳐 그동안 지내온 자취를 살피고 앞으로 다가올 상황을 넌지시 내다보는 도구로 SF를 활용할 따름이다.

“SF라는 창의적 사유 형식은 종이와 잉크만 있으면 되는 저렴한 사고실험을 통해 우리가 현재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사회의 변화 양상을 읽을 수 있는 거울 노릇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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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하는 작품의 장르는 문학, 영화, TV드라마,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방대한 범위를 오간다. 아우르는 시대 폭도 넉넉하다. 과학소설의 효시로 불리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1818년)부터 지난해 개봉한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까지 유연하게 언급한다. SF를 서구 사회의 전유물처럼 여기는 편견도 슬쩍 허물어버린다.

“조선시대 쓰인 세태풍자소설 ‘옹고집전’은 온갖 악행을 일삼는 주인공 옹고집을 일깨우기 위해 한 고승이 허수아비에 부적을 붙여 실물과 똑같은 옹고집을 만들고 진짜 행세를 시킨다는 이야기다. 주인공이 자신을 빼박은 복제인간에게 신분을 빼앗겨 쫓기는 신세가 된다는 할리우드 영화 ‘6번째 날’(2000년)과 동일한 설정이다.”

첨단 과학기술과 우주 이야기에 막연한 거리감을 품게 되는 건 ‘전문가 필자’들이 새로 나온 신기한 기술이나 발견을 한가득 늘어놓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새 기술이 헌 기술로 바꿔 불리는 건 순식간이므로 신기함의 유효기간도 찰나에 가깝다. 먼 우주에서 전해진 획기적 발견을 알리는 뉴스에 대한 반응도 사실 대개 ‘그래서 뭐 어쩌라고’이기 쉽다. 지은이는 현학의 함정을 영리하게 피하면서 ‘그래서 이게 우리 삶에 이런 영향을 미쳤다’고 이야기한다.

러시아 출신의 유대계 미국인인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대표작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배경은 ‘인간만이 존재하는, 외계인 없는 은하계’다. 아시모프는 “지구인은 동북부 유럽인 이미지로 설정하고 외계인은 그보다 열등하게 묘사하라”는 편집자의 인종차별적 요구를 피하려 고심한 끝에 그런 세계관을 만들어냈다.

“우리 삶과 별 상관없는 허황된 얘기에 불과할 듯한 과학소설에도 작가와 편집자의 개인적 가치관이 투영된다. 과학소설도 여느 소설과 다를 바 없이 한 사회 구성원의 사상과 신념을 투영한 문학 작품인 까닭이다.”

여러 매체에 연재한 글을 보강해 묶은 까닭에 중복되는 내용이 간간이 눈에 띈다.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흥미롭다. ‘슈퍼맨의 성생활에 관한 고찰’ 편은 사춘기 때 친구와 주고받은 농담을 분석적으로 정색하고 기술한 글을 읽는 묘한 쾌감을 준다. 슈퍼맨 이미지를 활용한 콘돔 광고가 1997년 뉴욕광고제에서 호평받았다고 하니, 그 농담을 좀 더 생산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든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sf의 힘#고장원#과학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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