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권효]“朴당선인 놓아주자”… TK에 ‘脫지역’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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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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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 사회부 기자
이권효 사회부 기자
“대구부터 박근혜를 놓아줘야 합니다.”

대선 이후 대구 경북 지역에서 “대통령 당선인이 특정 지역에 얽매여선 안 된다. 박 당선인을 놓아주자”는 분위기가 조금씩 일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대구 경북은 유권자 80%가 투표해 80% 이상 박 당선인을 지지한 충성도가 높은 지역. 하지만 당선에 기여했으니 지역현안 해결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연고주의적 발상’은 지역과 국가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들이 시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과거 ‘영포(영일 포항)라인’ ‘TK(대구 경북) 독점’ 같은 용어가 다시는 나와서는 안 된다는 바람도 담겨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26일 “당선인이 마음 편하게 뛸 수 있도록 대구가 큰마음을 내야 하지 않느냐”며 “이런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퍼지면 다른 지역에서도 그 진정성을 받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도 “시대를 바꾸겠다는 의지는 당선인 혼자 펼치기 어렵다”며 “이번 대선이 공동체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되도록 경북부터 달라지겠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달성군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감지된다. 김문오 달성군수는 “이런저런 연고 따지며 지역 이권 챙기려다 욕먹고 실패한 정권을 많이 봐왔지 않느냐”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남부권(동남권) 신공항 같은 쟁점 현안도 “우리 지역 유치”만 앞세우기보다는 국제적 기준에 따른 객관적 입지 선정과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구에서 23년째 개인택시를 하는 서모 씨(56)는 “군대 있을 때 경상도 출신과 전라도 출신이 서로 때리고 싸웠던 감정이 아직도 이어져서야 되겠느냐”며 “우리부터 정부 인사에 ‘어느 지역 출신이 독식했다, 홀대받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아직 부분적이지만, 최근 새누리당 안에서 김무성 전 대선총괄본부장, 안대희 전 정치쇄신특별위원장, 이학재 의원 등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물러나는 모습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우리 사회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의 출신 지역이라고 팔이 안으로 굽어 혜택을 줬다가 되레 사회적 갈등을 부르고 지역 이미지까지 도매금으로 나빠지는 일을 여러 차례 겪었다. 특히 대구 경북은 그동안 변화를 싫어하고 완고한 지역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있었고 이는 지역 발전에도 적잖은 걸림돌이 된 측면이 있다. 대구 경북 지역에서 당선인이 큰 바다를 헤엄치도록 방생(放生)하는 데 앞장서면 당선인보다는 오히려 대구 경북이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지역으로 변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대구 경북 지역 발전일지도 모른다.

홍덕률 대구대 총장은 “당선인이 대통합을 강조하고 대구 경북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큰마음을 내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처음에는 시큰둥하고 냉소적일 수 있지만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보여주면 당선인을 반대하는 분들도 화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권효 사회부 기자 boriam@donga.com
#대구#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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