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주도 통일 기회가 왔을때 국제사회 지지를 얻으려면? [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5일 14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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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남한이 주도하는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주변 강대국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통일 과정에 파생되는 문제들을 감당할 수 있다는 증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들일까요?

-강서연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18학번(서울대 한반도문제연구회)


A. 현재 우리 사회에 형성된 통일에 대한 공감대는 추상적이며 낭만적입니다. 70년 동안 단절되어 아주 이질적으로 변모한 두 사회가 합쳐질 때 생길 여러 문제에 대한 고찰이 피상적입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정점을 달리는 남한과 정반대인 북한이 통일하려면 각각 많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인권과 자유에 대한 의식이 확고한 한국이 어떻게 현 상태의 북한을 받아들일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우리 사회에 많이 부족합니다.

흔히 통용되는 선 평화공존, 후 통일 방안은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보다는 통일에 대한 준비를 포기하고 언젠가 북한이 충분히 변화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북한 내 급변사태 후 정권교체의 통일 또한 구체적인 실현 계획이 없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통일에 대한 현실적인 대비가 없다는 점을 국제사회가 잘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진심으로 우리가 통일을 원한다면 국제사회가 수긍할 수 있는 통일전략을 수립해 공개해야만 합니다. 구체적인 통일전략의 부재는 과연 남북이 통일을 원하는지 국제사회가 의구심을 갖도록 합니다. 이와 반대되는 예가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입니다. 이는 중국이 수십 년에 걸쳐 국제사회를 집요하게 설득하고 압박해 얻어낸 결과입니다.

통일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를 실현할만한 전략이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외교안보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예전부터의 ‘원 코리아(One Korea)’ 원칙을 재확인해야 합니다. 논리적이며 현실을 반영하는 통일전략을 세우고, 전략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보장하고, 국제사회를 설득해 광범위한 지지를 얻는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합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A. 국제법적 측면에서 볼 때 한반도 통일에 대한 국제적 지지와 협력을 유도함에 있어 그 출발점은 국제적 차원에서 활용 가능한 ‘하나의 한국(One Korea)’론을 체계화하고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국내법적 또는 남북한 상호간의 차원에서는 “한반도에는 하나의 국가만이 존재하며 남북관계는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 내부관계”라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으나, 대외적으로 이러한 인식을 확장시키는 데는 상당한 한계가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한반도에 엄연히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한다는 견해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북한이 최근 표준시를 다시 서울에 맞추기는 했지만,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이 ‘두 개의 한국’론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 사실입니다. 주변국들도 이에 기초한 인식을 토대로 한반도 문제를 접근하는 행태를 보여 왔습니다.

따라서 통일만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하고도 궁극적인 해법이라는 국제사회의 인식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우선 대외정책 운용에 있어 ‘하나의 한국’ 개념을 보다 정교하게 다루어, 우리 주도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적극적 지지를 유도할 수 있는 논리를 발굴하고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안준형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A. 먼저 남한이 주도하는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주변 강대국들에게 통일의 당사자가 남한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1966년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The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일명 자유권 규약)은 모든 사람들이 경제·문화·사회제도 형성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민족자결권을 ‘외부의 간섭 없이 자유로이 민족 스스로의 정치적 지위를 결정하고 그들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발전을 추구할 권리’라고 정의한다면, 동독에서는 베를린 장벽 붕괴라는 급변 발발 직후인 1990년 민의를 대변하는 의회가 서독으로의 편입을 의결해 독일 연방에 흡수된다는 의사결정 과정을 스스로 행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독주민의 이러한 ‘민족자결권’의 행사는 강력한 규범력을 가진다 할 것이고 민족자결권은 국제법상 ‘강행규정’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이러한 동서독 통일과정을 부인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남한 주도의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남북기본합의서에 나타난 ‘민족자결권’의 실행을 주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민족자결권’의 주체는 ‘북한주민’입니다.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북한주민이 한민족의 ‘민족자결권’을 행사하여 대한민국으로서 편입을 결정하는 의사결정 과정 속에 통일이 진행된다면 한국이 북한영토에 대한 관할권을 인정받으며 남한주도의 통일이 진행될 것입니다. 의결까지는 아니더라도 북한주민과 정치적 동반자로서 협상을 통해 ‘절차적 정의’를 인정받는다면 국제사회가 북한의 체제전환과 민족자결권 행사에 따른 남한의 개입을 반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전수미 경희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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