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헌법기관 감사원장까지 뒤흔드는 巨與 횡포

동아일보 입력 2020-07-31 00:00수정 2020-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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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그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을 집중 공격했다. 여당 의원들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최 원장이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깎아내린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편향이 드러났으니 사퇴하라는 요구까지 나왔다.

최 원장의 국회 답변에 따르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조사 과정에서 ‘탈원전은 대통령 대선공약에 포함돼 있고 국민 대다수가 지지한 사안’이라고 말해 ‘문재인 대통령 대선 득표율이 41%인데 국민 대다수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여당은 최 원장의 이 발언을 ‘대선 불복’이라고 비난하지만 이는 문맥과 의미를 의도적으로 곡해한 것이다.

7000억 원을 들여 보수한 월성 1호기는 경제성 평가에서 계속 가동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2018년 6월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에서 폐로 결정이 내려졌다. 감사원은 조기 폐쇄의 결정적 열쇠가 된 경제성 평가가 적절했는지, 외압은 없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감사를 받는 측이 “국민 대다수가 지지한 사안”이라는 방어 논리를 펴자 최 원장이 대선 당선자의 공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국민 대다수 지지라고 단정할 수는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감사원의 월성 1호기 감사는 국회의 의뢰로 작년 10월부터 시작됐지만 법정 감사 기간(5개월)을 넘기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최 원장과 현 정부에서 임명된 감사위원들의 의견이 맞서 최종 보고서 채택이 몇 차례 보류됐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최 원장 공격에 나선 것은 최종 감사 결과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에 불리한 쪽으로 나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의 발로로 볼 수 있다. 청와대가 공석이 된 감사위원에 친정부 성향 인사를 추천했지만 최 원장이 정치적 편향성을 우려해 반대한 것도 여당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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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지만 직무와 관련해서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감사원의 독립성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존중돼 왔다. 정치적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감사원장을 공개적으로 공격한 적은 없었다. 여당은 헌법정신을 위배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헌법기관#감사원장#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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