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포스트 트럼프’ 노린 김정은 “核 영구 보유”, 자멸 재촉할 것

동아일보 입력 2020-07-29 00:00수정 2020-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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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6·25 정전협정 체결일을 맞아 노병들을 모아놓고 “우리는 핵보유국에로 자기발전의 길을 걸어왔다”며 “자위적 핵억제력으로 국가의 안전과 미래는 영원히 굳건하게 담보될 것”이라고 했다. 18일 당 중앙군사위 회의에서 ‘전쟁 억지력’을 언급했던 김정은이 다시 ‘핵’까지 언급하며 포기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정은의 ‘핵보유국’ 발언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북한은 이미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기했고, 이번 발언도 이른바 ‘전승절’에 내놓은 내부 결속용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재작년 이래 언급을 자제해왔던 ‘핵보유국’ ‘핵억제력’을 자기 입으로 직접 말했다. 이제 비핵화 협상 노선을 팽개치고 핵보유국 야심을 숨기지 않겠다는 태도인 것이다. 앞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대형 도발에 본격 시동을 걸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핵보유 노선 회귀는 이제 3개월 남은 미국 대선과 그 이후까지 내다본 노림수이기도 하다. 북한은 최근 미국에서 흘러나온 ‘10월의 깜짝 이벤트’에 여전히 미련을 두는 듯하지만 코로나 장기화와 미중 갈등 격화로 그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하노이 결렬로 끝난 ‘스몰딜’ 담판에 나서지 않으면 핵 도발이란 선거 악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나아가 트럼프의 낙선까지 염두에 두고 그 후를 대비하겠다는 속내도 엿보인다. 최근 조 바이든 후보 캠프에선 유력한 부통령 또는 국무장관 후보로 수전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거론되는데, 그는 2017년 전쟁 위기가 고조될 때 “불가피하다면 북한 핵무기를 감내할(tolerate) 수 있다”고 했던 인물이다. 북한은 그런 ‘북핵 현실론’을 기대하며 핵보유국으로서 상호 핵군축 협상에 나서겠다는 포석을 노골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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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보유한 핵탄두는 최소 50여 개로 추정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완성하면 제2격 보복 능력까지 갖추는 것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북한의 얕은 수작대로 미국이 움직일 리는 없다. 라이스 전 보좌관이 주장한 것도 섣부른 군사행동은 안 되지만 대북제재와 고립화 등 체제의 취약성을 높이는 장기 압박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북한이 다시 시계를 3년 전으로 돌린다면, 기다리는 것은 철저한 고립과 굶주림밖엔 없다.

#포스트 트럼프#김정은#자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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