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강행해도 ‘반쪽’ 불가피…1년 연기땐 경제 손실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3일 2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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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파고가 결국 도쿄 올림픽을 덮쳤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3일 도쿄 올림픽 연기 가능성을 구체화하면서 선수들과 스포츠 연맹은 혼돈에 빠졌다. 정말 연기되는 것인지, 연기된다면 언제 개최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 내에서는 올림픽 연기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여름올림픽은 1916년 베를린대회, 1940년 도쿄대회, 1944년 런던대회가 취소됐던 전례가 있지만 모두 전쟁이 원인이었고, 감염병으로 취소된 경우는 없었다. 연기된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도쿄 올림픽은 7월 24일 개막 예정이다. 4개월밖에 남지 않았고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준비에 나서도 빠듯하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있고, 예선을 치르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더라도 ‘반쪽 올림픽’이 될 수밖에 없고 흥행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에 스포츠계에 강한 영향력을 가진 미국의 육상연맹과 수영연맹이 IOC에 연기를 공식 요청했고, 일본 내 여론도 69%(요미우리신문)가 연기에 찬성하면서 ‘도쿄 올림픽 연기’를 공식화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담당상은 23일 기자들에게 “IOC가 빠른 단계에서 적절히 판단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이 연기된다면 1년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하반기로 연기하는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진정될지 불투명해 선수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나다, 호주 등이 “1년 연기하지 않으면 불참하겠다”고 한 배경이다.

1년 뒤에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7월·일본), 세계육상선수권대회(8월·미국)가 열린다. 2년 뒤에는 베이징 겨울올림픽(2월),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9월), 카타르 월드컵(11월)이 몰려 있다. 겨울올림픽과 월드컵이 열리는 2022년보다는 2021년으로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3년 연기할 경우 개최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2024년 파리 올림픽과 1년 사이로 개최하는 데 따른 피로감이 커질 수 있다.

도쿄 올림픽이 연기되면 국내외 스포츠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개막 시점에 맞춰 진행된 올림픽 예선 일정과 훈련 일정 등의 전면적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내년 이후로 연기된다면 원점에서 올림픽 준비 계획을 다시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연기 시점에 따라 종목별로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릴 수도 있다. 올림픽 종목 중 유일하게 연령 제한(만 23세 이하)이 있는 축구는 올림픽이 내년 이후 열리면 1997년생 선수들이 본선에 출전할 수 없고 병역 혜택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일본으로서는 올림픽 연기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불가피하다. 우선 대회 비용이 더 늘어난다. 올림픽 관련 직원들의 인건비가 늘어나고, 자원봉사자도 새로 모집해야 한다. 도쿄 주오구에 지어진 올림픽 선수촌은 민간 아파트로 전환되는데, 입주 시기가 예정된 2023년 3월보다 늦어지게 되면서 보상 문제도 발생한다. 미야모토 가쓰히로(宮本勝浩) 간사이대 명예교수는 NHK에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 경제 손실이 6408억 엔(약 7조3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경기장 및 선수촌 유지·관리비와 각 경기 단체의 예산대회 재개최 경비 등을 합산한 것이다. 나가하마 도시히로(永濱利廣) 다이이치세이메이경제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NHK에 “도쿄 올림픽이 열리면 국내총생산(GDP)이 1조7000억 엔 상승하는 효과가 있는데, 연기되면 이 효과도 늦춰진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이원홍전문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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