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죽은 듯 고요…” 프랑스, ‘전국 이동제한령’ 실시 첫 날 모습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8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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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이동제한령을 실시한 첫날인 17일 수도 파리는 쥐죽은 듯 고요했다. 에펠탑 일대인 파리 7구와 인근 15구 거리에서는 대부분 상점을 문을 닫았다.

거리에는 좀처럼 보기 어렵던 마스크를 쓴 사람 몇몇만 있었다. 환자 급증으로 ‘마스크를 쓸 정도로 아프면 왜 밖으로 나오냐’던 프랑스인들의 의식에 극적 변화가 일어난 듯 보였다. 이날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반면 파리 주요 슈퍼마켓 앞에는 생필품을 사려는 줄이 길게 들어섰다. 안전거리인 사람 간 1m 간격이 유지되지 않았다. 가게 안에는 파스타, 휴지, 세재 등의 판매대가 텅텅 비어있었다.

전 유럽에서 환자가 속출하면서 각국마다 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독일은 현재 2만8000개의 중환자 병상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수도 베를린에서는 대형 박람회장 ‘메세 베를린’ 안에 1000명이상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드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영국 역시 호텔을 병원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위스 당국은 “현재 속도로 환자가 늘어나면 10일 안에 보건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감염률을 현격히 떨어트리지 않으면 10일 이내에 스위스 병원이 포화상태가 된다는 의미다.

이날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은 30일간 외국인의 EU입국을 막는 방안에 합의했다. 대상은 회원국 중 아일랜드를 제외한 26개국, 노르웨이 스위스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솅겐 협정에 가입한 4개 비(非)회원국 등 총 30개국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여행객은 향후 1개월 간 30개 국가에 입국할 수 없다. 장기 EU 거주자, EU 회원국민의 가족, 의사나 외교관, 물류 운송 인력 등은 제외된다.

이번 조치가 실효성이 없는 생색내기용 처방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이미 유럽 전체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돌파해 유럽을 제외한 세계 전체 환자 수보다 많은 상황에서 외국인 입국을 차단해봐야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는 주장이다. 가디언 등은 “영국이 EU를 떠난 브렉시트, 난민 문제로 분열된 EU 상황을 타개하려는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조치”라고 지적했다. 영국 싱크탱크 유럽개혁센터의 찰스 그랜드 소장은 BBC에 “EU 체제의 근간인 솅겐 협정을 사실상 파기한 회원국들이 서로 국경을 닫은 난처한 상황을 가리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이탈리아 확진자는 전날 대비 3526명이 증가해 3만1506명에 달했다. 지난달 21일 북부 롬바르디아주에서 첫 지역 감염이 나온 후 25일 만에 3만 명을 돌파했다. 누적 사망자는 2503명이다. 스페인 1만1409명, 독일 9367명, 프랑스 7730명 등 각국의 누적 확진자수 급증세도 예사로지 않다.

이번 조치로 한국인 여행객 등의 EU국 입국이 1개월 간 어렵게 됐다. 다만 이미 유럽 내 학교에서 공부 중인 한국 유학생, 기업인, 교민 등은 각각 교육, 기업활동, 체류증 등을 보유하고 있어 입국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프랑스 주재 한국 대사관 측이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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