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넘는 암 생존자 100만 명 돌파,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4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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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유방암 판정을 받은 유모 씨(48·여)는 현재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원예치료수업을 하고 있다. 수술을 받고 5년간 투병한 뒤 유 씨는 뭔가 뜻 깊은 일을 하고파서 원예치료사 일을 시작했다. “강사님이 우리의 희망”이라는 암 환자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는 유 씨는 24일 “나도 암에 걸리기 전에는 암이 죽을병인 줄만 알았는데 직접 겪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유 씨는 최근 의사로부터 완치됐다는 말을 들었다.

암이 불치병이라는 말은 서서히 옛말이 돼가고 있다. 암 진단을 받고 5년 넘게 생존한 사람이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암 환자 10명 중 7명은 5년 이상 산다. 다만 오래 살고 잘 먹어서 걸리는 이른바 선진국형 암 환자는 다소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24일 발표한 ‘2017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7년 신규 암 환자는 23만2255명으로 전년 대비 1019명(0.4%) 늘었다. 국가암등록통계는 암관리법에 따라 중앙암등록본부가 의료기관의 암 환자 진료기록을 분석해 매년 산출한다.

신규 환자를 포함한 누적 암 환자는 186만7405명으로 전체 인구의 3.6%였다. 이 중 103만9659명(55.7%)은 암 진단을 받은 뒤 5년이 지난 것으로 나타났다. 암 판정 후 5년 초과 생존자가 100만 명을 넘긴 것은 1999년 전국 단위 암등록통계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2016년의 5년 초과 생존자는 91만6880명이었다. 중앙암등록본부는 “조기 검진으로 암 발견과 치료가 빨라진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암 환자가 5년간 사고나 다른 질환이 아닌 암으로 숨질 확률을 말하는 5년 상대생존율도 최근 5년간(2013~2017년) 70.4%를 기록해 10년 전(2001~2005년)의 54.1%보다 1.3배로 높아졌다.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위암 대장암 폐암 갑상선암 유방암 간암 전립선암 췌장암 순으로 전년과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폐암과 췌장암이 한 계단씩 올랐다.

인구 10만 명 당 암 발생자 수를 뜻하는 암 발생률은 2011년 이후 9년째 감소세를 보였다. 2017년 암 발생률은 282.8명으로 전년 대비 6.6명(2.3%) 줄었다.

위암 대장암 갑상선암 폐암(남자) 간암 등 대부분의 암 발생률은 감소했지만 유방암 전립선암 췌장암 신장암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와 서구적 식습관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은 “유방 전립선 등 생식기가 대부분 완성되는 청소년기에 동물성 단백질 등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본다”며 “고령자가 많이 진료를 받으면서 췌장암 전립선암 환자도 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생존율과 발생율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암은 여전히 한국인 사망 원인 1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암으로 숨진 사람은 29만8820명으로 전체 사망자 4명 중 1명(26.5%) 꼴이었다. 국가암등록통계에서도 기대수명까지 살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5.5%였다. 지난해 가구당 평균 구성원 2.4명을 감안하면 적어도 두 가구 당 1명 이상은 암에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암 발생률이 줄고 있다고 좋아할 것만이 아니라 암 환자의 경제적, 사회적 상황까지 심층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은철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소장은 “암 환자의 건강이 회복됐다고 해도 치료과정에서 경제적, 심리적으로 힘들어지거나 가족이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존율만 따져서는 이를 다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에 제4차 암관리종합계획(2021~2025년)을 수립하고 암관리법 개정과 암 데이터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

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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