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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진]몽고간장과 ‘평판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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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진]몽고간장과 ‘평판 경제’

이진 논설위원 입력 2015-12-26 03:00수정 2015-12-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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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님은 어떠셨나요?’ 카카오택시에서 내린 승객들은 이런 메시지를 받는다. 최대 별 5개 중 승객이 스스로 평가한 별 개수를 부여한다. 기사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별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물론 서비스가 환상적이었다면 별 5개도 모자랄 수 있다. 그러나 고객들의 나쁜 평판이 누적되면 카카오택시에서 축출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고객은 왕이 아니다. 카카오택시는 기사가 승객도 평가한다. 승객이 차를 부른 뒤 기다리지 않고 가버리는 식의 ‘갑질’을 한다면 기사가 낮은 점수를 준다. 이 점수가 일정 수준으로 쌓이면 해당 승객에게 ‘옐로카드’가 발급된다. ‘이 사람은 진상 승객입니다’라는 정보를 기사들이 공유하는 셈이다. 진상 승객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면 카카오택시를 이용할 생각을 접는 게 좋다.

▷경남 창원의 향토기업 몽고간장이 어제 주요 신문에 일제히 사과 광고를 냈다. 이 회사 명예회장은 40대 운전기사에게 거친 막말과 폭력을 행사했다. 기사의 폭로로 명예회장의 갑질이 드러나자 회사는 단번에 간장 색깔처럼 짙은 먹물을 뒤집어썼다. 어떻게 보면 명예회장 개인의 인품이나 성품에 관한 문제지 간장의 품질과는 관련이 없는데도 성난 소비자들은 불매운동까지 벌이려 든다. 110년 동안 간장이라는 한 우물을 판 유서 깊은 기업의 이미지는 곤두박질쳤다. 명예회장이 아닌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로 사태가 마무리될지 모르겠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하면서 ‘평판 경제(Reputation Economy)’ 시대가 찾아왔다. 고객이나 내부자가 마음만 먹으면 기업은 그대로 발가벗겨진다. 하지만 기업들은 대응 수단이 마땅찮다. 미국 맛집 평가 애플리케이션 옐프(Yelp)의 횡포에 견디다 못한 식당들은 평가단이 먹을 음식에 침 콧물 같은 이물질을 넣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좋은 이미지를 쌓아올리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 이미지가 진흙탕 속에 빠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만인이 만인을 감시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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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
#카카오택시#몽고간장#평판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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