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골굴석굴, 실크로드 둔황-병령사 석굴과 유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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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조사 30주년 학술대회
한 절벽에 굴 12개-마애불 조성… 국내에선 골굴석굴이 유일
골굴과 둔황, 전-주실 구조 같아
벽화 없이 조각만 있는 점이 차이

인도 중국의 석굴과 모습이 비슷했을 것으로 보이는 경북 경주시 골굴석굴의 원형은 어땠을까. 왼쪽 사진은 골굴석굴의 마애석가불좌상, 가운데는 중국 병령사석굴의 마애미륵불상, 오른쪽은 중국 둔황석굴 북대굴의 전실. 한국미술사연구소 제공
인도 중국의 석굴과 모습이 비슷했을 것으로 보이는 경북 경주시 골굴석굴의 원형은 어땠을까. 왼쪽 사진은 골굴석굴의 마애석가불좌상, 가운데는 중국 병령사석굴의 마애미륵불상, 오른쪽은 중국 둔황석굴 북대굴의 전실. 한국미술사연구소 제공
“골굴 앞 고개에 올라 돌 봉우리를 바라보았더니 모양이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층층으로 이루어진 굴 앞의 전실 처마와 창과 벽이 채색돼 있는데 공중에 화려하게 채색된 전각 5, 6채가 바위 사이에 걸려 있어 완연한 그림 같았다.”

조선 숙종 때 학자 정시한(1625∼1707)이 기행문 ‘산중일기(山中日記)’에 남긴 경북 경주시 골굴석굴의 모습이다. 자연 동굴에 조성한 우리나라 유일의 석굴사원인 골굴석굴의 원 모습을 실크로드의 여러 석굴에서 찾기 위한 학술대회가 14일 열린다.

한국미술사연구소(소장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와 한국불교미술사학회는 한국 최초의 실크로드 학술조사(1989년) 30주년을 맞아 학술대회 ‘골굴석굴과 실크로드 석굴’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에서 연다.

12개 굴이 한 절벽에 존재하고 마애불까지 조성된 석굴사원은 국내에 골굴석굴뿐이다. 그러나 1890년대 화재로 목조 전실(前室)이 사라져 원 모습을 알 수 없다. 현재의 전실은 나중에 지은 것이다. 문명대 교수는 “문헌과 현재의 상태를 종합해 보면 골굴석굴은 실크로드의 둔황(敦煌)석굴이나 병령사(炳靈寺)석굴과 거의 유사한 모습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비교 연구를 통해 원형 복원에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굴석굴의 구조는 인도나 중국의 차이티야 석굴(불당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동굴)을 변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교수는 발표문에서 중국 간쑤(甘肅)성 둔황의 둔황 285굴과 골굴석굴을 비교했다. 285굴은 서위(西魏) 시대인 538년에 조성됐다는 명문이 남아있어 둔황석굴의 편년과 성격 연구에 중요한 석굴이다. 문 교수는 “두 석굴은 전실과 주실로 구성된 구조가 같고 주실도 골굴 법당굴은 장방형, 둔황 285굴은 정방형으로 거의 비슷하다”며 “그러나 골굴 법당굴은 벽화 없이 조각만 있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손영문 문화재청 상임전문위원은 중국 간쑤성 병령사석굴과 골굴석굴을 비교했다. 그는 병령사석굴이 돋보이는 바위 면에 대형 미륵불을 조성한 것과 마찬가지로 골굴석굴의 마애불인 석가여래좌상 역시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하는 염원과 상징을 담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손 전문위원은 “골굴석굴은 호국정신과 관련이 있는 신인종(神印宗·신라∼조선 초 존재했던 밀교 계통의 불교 종파) 내지 유가종(瑜伽宗·신라∼고려 때 불교의 한 종파) 승려들이 조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투루판 동쪽 45km에 있는 베제클리크석굴과 골굴석굴의 유사점을 조명한 발표도 나온다. 고승희 서울·대전 문화재전문위원은 발표문에서 두 석굴 모두 예배와 수행의 공간을 함께 갖추고 있으며 암벽 개착(開鑿)과 인공 축조 방식이 모두 사용됐다고 밝혔다. 고 전문위원은 “베제클리크석굴 벽화에는 석가모니가 부처가 되고자 하는 서원을 다룬 ‘서원도’가 많은데, 그 묘사가 골굴석굴 마애불의 형태와 가사의 주름 표현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골굴석굴#실크로드#둔황석굴#병령사석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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