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방해 시위 나선 홍콩 시위대…도시 전체 혼란 휩싸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2일 21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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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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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이 비(非)무장 시위대를 조준 사격해 충격을 준 가운데 12일 홍콩에서는 대중교통 방해 시위에 나선 시위대와 이를 진압하는 경찰의 충돌로 도시 전체가 큰 혼란에 빠졌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필요하면 중국 본토 무장경찰과 인민해방군 홍콩 주둔 부대가 기본법에 따라 홍콩 경찰을 지원할 것”이라며 군대 투입 분위기를 띄웠다. 중국 매체가 군 투입론을 주장한 것은 7월 말 이후 4개월 만이다.

홍콩 정부는 또다시 강경 진압 방침을 밝혔다. 홍콩 행정수반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시위대의 교통 방해는 극단적으로 이기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홍콩 문제를 담당하는 한정(韓正) 중국 상무위원 겸 부총리가 9~11일 홍콩에서 멀지 않은 하이난 섬을 시찰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홍콩과 인접한 광둥성 선전시를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람 장관이 이달 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한 부총리를 만난 뒤 홍콩 경찰의 진압 강도가 더 세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홍콩에서 체포된 사람만 5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경찰이 지난주 시위 과정에서 체포한 사람은 266명에 달한다. 10일 하루 동안 26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된 사람 중에는 11세 어린이도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주로 주말시위를 벌였던 시위대는 이번 주부터 평일에도 교통을 방해하는 ‘새벽 작전’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시위를 시작했다고 SCMP가 전했다.

시위대는 12일 출근길 지하철 운행 마비를 시도했다. 홍콩 도심 곳곳 지하철역이 긴급 폐쇄되고 운행이 중단됐다. 샤틴역 철로에서는 시위대가 던진 돌로 지하철이 역사에 진입하지 못했다. 임산부와 노인 등 승객들은 열차에서 내려 선로를 따라 역까지 100m를 걸어야 했다.

홍콩 밍(明)보에 따르면 12일 오후 중심부인 센트럴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에 머리 부위를 맞는 부상으로 온“에 피를 흘렸다.

경찰은 이날 오후 시위대 체포를 이유로 중문대 안으로 최루탄을 쏘며 학교 안으로 진입했다. 시위대는 대학 안 차량에 불을 질렀다. 대치가 격화되자 록키 퇀 중문대 총장이 현장에서 양측의 대화를 시도했다. 중문대는 13일 강의를 전면 중단했다.

앞서 11일 사이완호에서 홍콩 경찰이 쏜 권총 실탄에 맞아 생명이 위독했던 초모 씨(21)는 현재 안정을 찾은 상태라고 SCMP는 전했다. 경찰은 이날 초 씨를 불법 집회 혐의로 체포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11일 대변인 성명에서 ”미국은 홍콩의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주시하고 있다“며 ”홍콩 경찰과 시위대를 포함한 모든 당사자의 자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사무소 대변인은 ”폭도들의 행위는 테러리즘“이라며 ”미국과 영국이 불법 폭력배를 두둔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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