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 브렉시트 현실화땐 생필품 부족 등 극심한 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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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국무조정실 비밀문서 유출… 통관-이민절차 3개월가량 혼선
당국자 “가장 가능성 큰 시나리오”

영국이 정식 합의안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를 하면 국경 통관 지연에 따른 식료품과 의약품, 차량 연료 등 생필품 부족 같은 극심한 혼란에 직면할 것이라는 영국 정부의 내부 비밀문서가 유출됐다. 지난달 취임한 보리스 존슨 신임 보수당 대표는 브렉시트와 관련해 ‘노딜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 왔다.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입수해 18일 보도한 이 문서는 국무조정실이 이달 초 발행한 내부문서로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에 직면했을 때 벌어질 상황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문서는 비밀취급 인가권을 가진 이들 중 관련 내용을 ‘알 필요가 있는(need to know)’ 사람만 열람이 가능하며 ‘노랑턱멧새(yellowhammer) 작전’이라는 코드명이 붙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문서에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수출품을 싣고 프랑스로 향하는 영국의 대형 트럭 중 85%가 프랑스의 강화된 통관 절차에 막힐 가능성이 높다고 적시됐다. 이로 인해 물동량이 40∼60% 수준으로 급감할 수 있으며 이런 혼란을 진정시키려면 3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익명의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를 두고 “노딜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이 직면할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 가장 가능성이 큰 합리적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백스톱’(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 아일랜드 간 통행·통관 자유를 보장한 안전장치) 조항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국경에서는 통관·이민 절차가 엄격해지는 ‘하드 보더(Hard Border)’가 시행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의 효과가 반감된다는 이유로 백스톱 규정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서는 이 밖에도 식료품 공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과 의약품 수급 지연, 영국과 EU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의 어업권 분쟁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 문서를 두고 “별도의 작전명이 붙은 이번 자료는 국가 기반시설의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비밀 계획을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영국#유럽연합#노딜 브렉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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