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허찔린 韓 ‘산업 기초연구’ 무장해야…‘공밀레’ 정신으로 위기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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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18일 0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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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화학연 화학소재연구본부 고기능고분자연구센터장.(한국화학연구원 제공)© 뉴스1
김용석 화학연 화학소재연구본부 고기능고분자연구센터장.(한국화학연구원 제공)© 뉴스1
“지금 소재가 경제전쟁에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전 세계에 드러났다. 우리는 일본의 공격에 일단 허를 찔렸고 우리도 무장하기 위해 ‘산업 기초연구’를 튼튼히 다져야 한다. 우리에겐 ‘공밀레’ 정신이 있다. ”

김용석 한국화학연구원(KRICT) 화학소재연구본부 고기능고분자연구센터장은 최근 <뉴스1>과 만나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와 백색국가 배제 관련 사태를 이같이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일본 수출 규제의 대표적인 항목 3개 중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분야의 전문가다.

연세대 화학과 학사,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석사·박사를 학위를 취득한 후 김 센터장은 지난 2002년 한국 화학연구원 화학소재연구부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기 시작했다. 고분자 합성, 고기능성 나노입자 제조·응용 분야를 주로 연구해온 전문가다. 20여년 간 이 분야를 연구해 왔지만 사실 지금처럼 이 분야가 주목받았던 적도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김 센터장은 “이번 한일 경제전쟁으로 소재가 무기화가 돼 한 나라의 경제를 곤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게 드러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소재’의 중요성이 부각됐다”며 “기존 국제 분업화 상황에서 효율성만을 지향하던 소재 연구개발(R&D) 패러다임에서 약간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센터장은 “R&D 패러다임을 바꾼다고 해서 기존의 소재 정책은 실패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단지 취약점이 드러난 부분의 기술의 공백을 찾고 조금씩 채워나가면 충분히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센터장이 말한 새로운 소재 R&D 패러다임의 핵심은 ‘산업 기초연구’다. 김 센터장이 얘기하는 기초연구는 이를테면 노벨과학상을 타기 위해 생명의 기원, 우주의 기원 등 순수 기초 연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초적인 연구’다. 고분자 합성 기술이나 더 넓은 개념으로는 도금, 용접까지 포함할 수도 있다.

김 센터장은 “최근 작은 물질을 폴리머(고분자화합물)로 만드는 공정을 연구하는 시스템은 매우 협소해졌지만 여전히 산업계에서는 필요한 영역”이라면서 “기존에 존재하던 산업 기초연구들은 녹색성장, 창조경제, 4차 산업혁명 등의 패러다임을 가지는 연구들로 다수 전환됐고 그럴수록 산업기초 연구나 인력이 줄어들어 전반적인 국가 과학기술 수준은 높아졌더라도 산업기초는 부실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는 ‘공밀레’ 정신으로 타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밀레는 이공계 영역에서 놀라울 만큼 화려한 성능의 제품이 연구를 통해 이뤄졌을 때 사용되는말로, 어린아이를 공양해 만들었다는 에밀레종 설화에 빗댄 말이다.

사실 과학자나 기술자들을 비하하는 표현인 ‘공돌이’라는 단어에 에밀리종의 ‘밀레’를 합성해 만들어진 단어다. 기술 개발시 단기간에 인력을 혹사시키는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풍토를 비꼬는 자조적인 말이지만 ‘패스트 팔로우’ 전략으로 급성장한 한국 경제를 이끈 ‘산업화의 원동력’ 역할을 한 것도 분명하다.

김 센터장은 “이공계 영역에서의 공학도들의 무한한 헌신과 열정으로 만들어진 ‘공밀레’와 같이 앞으로 소재 분야 여러 R&D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들의 헌신과 노력이 깃들길 바란다”며 “사실 산업 기초연구에 투자를 하는 동시에 인력 양성까지 도맡아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연구주체는 출연연”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이뤄질 소재 연구개발의 투자 규모에 대해 김 센터장은 “소재 연구 분야가 토목공사처럼 눈에 보이게 성과를 이룰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단기간에 수십억의 돈을 투자해 성과를 낸다는 과학자가 있다면 그는 ‘사기꾼’일 것”이라면서 “이러한 연구인지 아닌지를 잘 선별하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대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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