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文대통령이 도움 요청…한일 모두 원한다면 갈등에 개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0일 0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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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동아일보 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동아일보 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한일 갈등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개입 요청을 받았다는 사실과 함께 “양국의 요청이 있으면 돕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한일 갈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폴로 11호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하는 백악관 행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일 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자 “한일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한국 대통령이 나에게 개입(get involved)할 수 있을지 물어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언제, 어떤 수위로 요청했는지 등에 대한 세부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한국 측의 도움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한일 간) 무역 분야에서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며 개입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나는 (그에게) 북한 문제는 물론 다른 여러 문제에도 개입하고 있는데 얼마나 많은 일에 내가 개입해야 하느냐고 했다”고도 했다. 그는 그러나 곧이어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개입하는 것은 계속 매달려야 하는 일(full-time job)”이라며 “양 측이 나를 원한다면 나는 거기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또 “양국의 지도자 모두를 좋아한다”며 “나는 문 대통령을 좋아하고, 아베 총리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여러분이 알지 않느냐. 그 역시 특별한 사람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길 바라지만, 원한다면 기꺼이 도울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이것은 분명히 무역 분쟁”이라며 과거사가 아닌 통상 현안임도 분명히 했다.

이번 발언은 미국이 한일 간 분쟁의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추가 규제조치를 시사하고, 한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재검토를 언급하며 강경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이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로 예정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한국과 일본 방문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양국 지도자와의 관계를 각각 강조하며 ‘양 쪽 모두 원한다면’이라는 개입 조건을 달아놨음을 감안했을 때 미국이 당장 구체적인 조정에 나설지 여부는 미지수다. 앞서 방한한 데이비스 스틸웰 국무부 차관보 및 한일 관계 담당인 마크 내퍼 국무부 부차관보는 한일 갈등에 관여할 의사를 밝히면서도 “양국이 스스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개입한다고 해도 한일 혹은 한미일 3자 회담의 자리를 세팅해 마주앉을 기회를 열어주는 정도 이상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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