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北 안보 우려 해소 돕겠다”…北 체제 보장 약속 받은 김정은의 셈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0일 23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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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앞서 손 잡은 시진핑 주석-김정은 위원장. 뉴시스
정상회담 앞서 손 잡은 시진핑 주석-김정은 위원장. 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5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한의 안보 우려 해소를 돕겠다”며 사실상의 체제 안전보장을 약속했다. 김 위원장도 “중국과 계속 함께 협력해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새로운 진전을 추동하길 원한다”며 힘을 보탰다.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미 3자가 이끌어 온 한반도 비핵화 협상판을 남북미중 4자 구도로 본격 확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비핵화 4자 구도’ 노리는 中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중국은 북한이 자신의 합리적인 안보와 발전의 우려를 확실히 해소하는 데 힘닿는 데까지 도움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한반도 문제 정치 해결 과정을 지지한다”면서 “북한 및 관련국들과 협력을 강화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지역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배제되는 것을 경계하고 보다 문제 해결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드러낸 것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결국 북한이 말하는 합리적 관심사는 안보 우려인데 중국이 돕겠다고 하면서 시 주석이 체제 보장을 약속한 것”이라며 “북한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등에서 미국에 관계 개선을 위시한 체제 안전보장을 요구했으나 잘 풀리지 않은 틈새를 시 주석이 파고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이날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관심사(우려) 해결’을 동시에 언급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이 구상한 체제 안전보장 안을 북한에 제시했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향후 평화협정 체결과정 뿐 아니라 미국과 교착상태에 있는 비핵화 대화에 중국의 참여를 늘리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시진핑을 메신저로 활용한 김정은의 셈법

이날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다목적 계산과도 부합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 주석의 방북을 통해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떨어졌던 본인의 위신을 살리고, 시 주석의 정상회담 수요를 채우는 대신 자신들의 입장을 발신하는 계기로 삼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담에서 “조선(북한)은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며 “유관국이 조선 측과 마주 보고 서로의 관심사를 해결해 (한)반도 문제가 해결돼 성과가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대화를 계속해 나가겠으며 추가 도발은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전한 것이다.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미중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시 주석을 통해 이러한 방침을 전달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김 위원장이 “관련국이 협력하고 각 측의 합리적인 우려를 해결하는 방안을 탐색하길 원한다”고 말한 것도 미국을 겨냥해 셈법을 바꾸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북중 밀착으로 자신감을 얻은 북한이 그간 미국과 어렵게 쌓아온 비핵화 대화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0일 국회 토론회에서 “중국이 끼어 셈법을 중국식으로 바꿨다. 3자에서 4자 구도로 판을 벌리려 하는 데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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