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위헌적 날치기”… 與 “시간 끌어놓고 말도 안되는 주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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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반대속 내년 예산안 통과]4+1협의체 합의안 상정하자
한국당 일제히 기립… 아수라장, 의원들 거친 항의에 文의장 병원行
“홍남기 등 공무원도 책임 묻겠다”… 여야 릴레이 협상에도 합의 무산
與, 의원 겸직 장관들까지 불러 4+1안 1분30초만에 표결 완료

10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의 반발 속에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의결하고 있다(왼쪽 사진). 한국당 의원들은 예산안 통과 후 본회의가 정회되자 “예산안 날치기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의장석을 점거한 채 ‘날치기’ ‘4+1은 세금도둑’이라고 쓴 종이를 들고 항의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0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의 반발 속에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의결하고 있다(왼쪽 사진). 한국당 의원들은 예산안 통과 후 본회의가 정회되자 “예산안 날치기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의장석을 점거한 채 ‘날치기’ ‘4+1은 세금도둑’이라고 쓴 종이를 들고 항의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효율적 회의 진행을 위해서 예산안부터 먼저 상정하겠다.”

10일 오후 8시 38분 국회 본회의장. 문희상 국회의장이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4+1’ 협의체가 만든 예산안 수정안을 상정하자 장내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여당의 강행 처리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하거나 의장 쪽으로 몰려나와 “아들 공천”, “대가 공천” 등을 외쳤다. 문 의장이 자신의 지역구를 내년 총선에서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민주당 편을 들었다는 주장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4+1은 세금도둑” “날치기” 등의 피켓을 들고 회의 진행을 막았지만 내년도 예산안 표결은 1분 30초 만에 속전속결로 가결됐다.

○ 한국당 “위헌·위법적인 날치기 예산 처리”

문 의장이 예산안 표결 처리 후 정회를 선포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남아 농성을 이어갔다. 한국당 예결위 간사 이종배 의원은 “이런 예산 처리 방식은 위헌적이고 위법적”이라며 “세금 도둑질로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것을 역사가 기억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재원 정책위의장도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에게 편향되게 종사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직권남용, 헌법위반 행위를 자행한 국무위원들도 마땅히 탄핵 대상”이라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치 큰일 하는 양 출세에 어두워 책임을 진다고 했는데 반드시 그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4+1 협의체 수정안 통과가 좀 안타까운 면이 있긴 하다”면서도 “그동안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 때문에 (예산안 처리) 시간을 끌어와 놓고 이제 와서 날치기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를 포함한 한국당 의원 20여 명은 국회의장실로 몰려가 문 의장을 향해 거세게 항의했다. 이들은 의장실 입구를 막아선 채로 “당당하면 왜 숨느냐”, “부끄러운 줄 알라”며 한 시간가량 거세게 항의했고 야당 의원들의 거친 항의 속에 건강 이상 증세를 보인 문 의장은 병원으로 향했다.

바른미래당 소속 주승용 부의장 주재로 오후 10시 25분 본회의는 재개됐고 예산부수법안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항의성 반대 토론이 이어졌다.

○ 與 “예산 심사 쇼” vs 野 “으름장 정치 그만하라”

정기국회 마지막 날 여야는 예산안을 놓고 하루 종일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여야는 이날 저녁까지 릴레이 협상을 벌이며 정부 예산안을 1조6000억 원 규모로 순삭감하는 데까지 의견 차를 좁혔지만 결국 합의는 불발로 끝났다. 여야는 이날 오전부터 서로를 향해 날을 세웠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예산 심사가 조금 혹독하게 표현하면 ‘예산 심사 쇼’로 그쳤다. 하루 일정을 벌기 위한 알리바이 과정에 불과했다. 불쾌감을 지울 수 없다”며 “합의해 놓고도 번복을 손바닥 뒤집기처럼 한다면 앞으로 여야 간 협상은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고 강행 처리를 압박했다. 반면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여당은 4+1 협의체를 거론하며 으름장을 놓는 정치를 그만하라”며 “(민주당은) 4+1 협의체가 여러 당의 협치 테이블인 양 치장하지만 민주당의 2·3·4중대끼리 다당제 야당 전선의 밑그림인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의장은 이날 오후 1시 반부터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을 소집해 “여야 합의로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오후 3시 15분부터는 여야 3당 예결위 간사가 참여한 ‘7인 회동’이 4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날 회동에서 한국당 측 인사들은 “예산안 처리를 하루 이틀 뒤로 연기하더라도 제1야당과 합의한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정기국회라는 데드라인을 지켜야 된다”며 4+1 협의체의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겠다고 뜻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예정됐던 본회의 개최 시간도 오후 2시에서 오후 4시로, 오후 4시에서 다시 오후 8시로 줄줄이 연기됐다.

결국 시간 지연으로 이날 통과가 어려워질 듯하자 민주당은 결국 강행 처리를 택했다.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겸직 의원들도 총동원한 상태였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강성휘·최고야 기자

#정기국회#4+1협의체 합의안#문희상 국회의장#예산안 수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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