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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일반고 동시선발' 헌재 공개변론…홍성대 이사장 “학교 문 닫고 싶은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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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일반고 동시선발' 헌재 공개변론…홍성대 이사장 “학교 문 닫고 싶은 심정”

최예나기자 입력 2018-12-14 19:55수정 2018-12-1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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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 홍성대 이사장. 동아일보 DB

“교육한다는 사람이니 어떤 교육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해야겠지만 솔직히 학교 문을 닫고 싶은 심정입니다.”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81)은 14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용호 헌법재판관은 “지금처럼 전기에 학생을 선발하지 못하고, 지원자의 일반고 중복 지원이 금지될 때 자사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홍 이사장은 “자사고가 궤멸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자사고를 일반고와 동시 선발하게 하고, 자사고 지원자는 일반고 이중 지원을 금지하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학교선택권과 사학 운영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자사고와 학부모들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공개변론을 열었다. 홍 이사장은 청구인 당사자로 법정에 섰다.

홍 이사장은 교육부 측 대리인이 “자사고는 전기학교라는 특혜를 이용해 우수 학생을 선점하고, 입시 사교육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자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발언 기회를 얻은 홍 이사장은 “자사고는 면접에서 교과 지식을 물을 수 없다. 서울은 아예 추첨으로 뽑고 이외 지역은 중학교 내신 성적을 반영하지만 어떤 학교는 97%가 A등급이라 변별력이 없다”며 “학교장에게 선발권을 줬다, 입시경쟁을 유발한다는 (교육부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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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이사장은 3시간 반가량 이어진 공개변론 마지막 진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등록금과 책값, 하숙비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흙수저’였습니다. 그 쓰라린 고학의 산물이 (수학 참고서인) ‘수학의 정석’이고, 그 수익금으로 1981년 상산고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학생 선발권, 교육과정 편성권 등 사학의 자율권을 모조리 박탈당해 답답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김대중 정부가 고교평준화 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 다양성, 특수성, 수월성을 확대하라며 자립형사립고 도입을 권했습니다. 저는 너무 반가워 잠을 이루지 못하고 (2002년) 자사고로 전환했습니다. 자사고로 전환한 뒤 지금까지 460억 원을 현금으로 (학교 재단에) 넣었습니다. 학생 950명이 들어가는 기숙사 설립에 190억 원을 들였습니다.”

이어 홍 이사장은 “전기학교 선발이라는 정부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쏟아온 열정이 너무나 억울해 헌재 문을 두드리게 됐다”며 “좋은 학교를 만들고 훌륭한 인재를 키우고 싶던 제 꿈과 자부심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상황을 바라보며 억장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또 “냉혹한 국제경쟁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누군가는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며 “국가 교육의 장래가 너무나 걱정된다”고 말했다.

교육부 측 대리인은 “고교 입학전형 제도가 계속 변해왔는데, 국가가 학생 선발 시기조차 바꾸지 않고 유지할 것이라는 신뢰는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재판관은 “교육은 백년대계인데 한 정권의 선거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선발 방식을) 180도로 전환해도 되는 건지 의문”이라며 “설립 취지에 반한 학교만 제재하면 되지 잘하는 학교까지 다 배제하려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교육부 측 대리인은 “일반고가 몰락하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그러자 조 재판관은 “일반고의 경쟁력을 강화시키지 않고 자사고 규제를 택해 고교를 하향평준화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날 변론 내용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간다. 공개변론 이후 통상 3개월 이내에 결론을 내는 만큼 내년 3월 이전에 선고할 것으로 보인다.

최예나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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