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공익’ 반성문에 재판장 쓴웃음 “안내는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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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4월 10일 14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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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아동 성청소년 등의 성 착취물을 공유한 보안메신저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25)에게 살해 청탁한 혐의를 받는 사회복무요원(공익요원) 강모 씨(24)가 제출한 반성문을 법원이 따끔하게 질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강 씨의 2차 공판에서 그가 제출한 반성문을 지적했다.

강 씨는 법원에 반성문을 내고 범죄와 무관한 자신의 가족 등이 피해를 보고 있어 억울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런 반성문은 내지 않는 것이 낫겠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저만 고통 받으면 그만이지만 범죄와 무관한 가족과 지인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고’는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하지만 반성하는 태도를 알리는 것이라면 조금 더 생각하고 쓰는 게 본인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꾸짖었다.

이어 재판부는 강 씨에게 “구체적으로 피해자에게 어떻게 하겠다는 게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강 씨의 변호인은 “저희나 부모님은 사과나 합의를 하는 게 피해자에게 2차 가해일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반성문과 관련해) 어떻게 하겠다는 자세를 말하는 것”이라며 “피해자를 생각하면 너무 안 좋은 상황이다. 본인한테 좋으라고 말씀드리는데 자꾸 이렇게 표현하시면…”이라고 말했다.

또 변호인은 “피고인이 ‘더 이상 살아갈 의미가 없으니 극형에 처해달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며 강 씨가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라고 변론하기도 했다.

조주빈의 공범으로 지목된 강 씨는 수원시 한 구청 가정복지과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며 고등학교 담임교사인 A 씨와 그 가족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후 조주빈에게 A 씨의 딸을 살해해달라고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 현행법상 사회복무요원은 단독으로 국가전산망에 접속해 개인정보를 취급할 수 없다.

강 씨는 앞서도 A 씨를 여러 차례 걸쳐 협박한 혐의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지난해 3월 출소한 후에도 다시 보복성 협박을 일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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