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를 위해 빠른 길을 택한 젊은이들[광화문에서/염희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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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희진 산업2부 차장
염희진 산업2부 차장
미국의 사업가 엠제이 드마코가 쓴 ‘부의 추월차선’은 부자가 되는 세 갈래 길을 보여준다. 이 책에 따르면 인도(人道)는 버는 만큼 소비하는 사람들이 걷는 길로 부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길이다. 서행차선은 근검절약으로 평생 저축해 은퇴할 쯤에야 부를 축적하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추월차선은 임대 사업이나 콘텐츠 사업 등 자신만의 시스템을 통해 빠르게 부자가 되는 길이다. 2013년 출간된 이 책은 이제까지 63쇄를 찍었다. 요즘 서점에는 이 책처럼 부자 되는 법을 다룬 책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부의 추월차선이 추구하는 것은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급여소득이 아닌 사업, 주식 투자, 임대 등 다른 영역에서 돈을 버는 것이다. 요즘 자주 쓰는 표현으로 ‘경제적 자유’를 얻는다고 한다. 과거의 재테크가 안 쓰고 모으는 소극적 투자였다면, 지금의 재테크는 직장을 당장 그만둬도 돈을 버는 시스템을 갖추는 경제적 자유가 목표다. 옛날에 돈을 모으는 목적이 은퇴 후 여유 있는 삶이었다면, 현재는 돈에 구애받지 않는 지금, 당장의 행복을 꿈꾼다.

최근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린 주식 투자 열풍에도 이렇게 경제적 자유를 갈망하는 젊은 층들이 많이 뛰어들었다. 일부 증권사는 신규 계좌 가운데 60% 이상이 20, 30대 고객이 개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초까지 이어진 아파트 상승장에서 투자의 주역은 젊은 층이었다. 2월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10채 가운데 30, 40대가 6채를 샀다. 이제까지 전문 투자자의 영역으로 알려진 법인 투자, 경매 투자에 젊은 층이 몰리고 있다. 일찌감치 투자에 뛰어들어 성공한 투자자의 나이대도 젊어지고 있다. 이들은 책, 카페, 블로그, 유튜브를 통해 자신들의 성공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어쩌다 젊은 층은 그동안 벌어둔 돈을 삼성전자 주식에 몰아서 투자하고, 주말에는 지역 부동산을 보러 다니며 월세 받는 삶을 꿈꾸게 됐을까.

가장 큰 이유는 근로소득이 예전처럼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돈의 가치가 점점 하락하다 보니 월급 모아 노후를 대비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모아둔 돈을 어떻게 굴리고 불리느냐에 따라 자산 격차도 커지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 허름한 전셋집에 살며 ‘짠테크’했는데 옆자리 동료는 대출을 일으켜 갭투자한 아파트로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두는 걸 보기 시작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내 회사, 내 일자리를 위협하는 변수들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서행차선을 이탈해 부의 추월차선으로 갈아타는 이유다.

2000년대 초반 10년 안에 10억 만들기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성실히 일하고 열심히 모으면 많은 것이 보장되던 시절이었다. 아쉽지만 그 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다. 동시에 주식, 부동산 등 투자시장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이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부의 추월차선으로 갈아탄 이들의 투자 심리와 행태를 읽는 게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염희진 산업2부 차장 salthj@donga.com
#부의 추월차선#제테크#투자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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