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위 노하우는 ‘추·재·진’에게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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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즌 만에 웃은 DB 이상범 감독… 선배 감독들 적극적으로 벤치마킹
김종규 김민구 김태술 영입해 지난해 8위에서 순위 수직 상승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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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현대모비스), 전창진(KCC), 추일승(전 오리온) 선배 감독들을 따라 하며 버텨왔죠.”(웃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프로농구 2019∼2020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SK와 공동 1위를 차지한 DB의 이상범 감독(51·사진).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카피 믹스(Copy Mix)’ 얘기를 꺼냈다. 3명의 출중한 선배로부터 받은 가르침 덕분이었다는 거다.

“2008∼2009시즌 KT&G(KGC의 전신) 감독대행을 맡은 뒤 조용히 추일승 선배를 고문으로 모시고 노하우를 배웠다. 구단의 모회사 제품인 홍삼 음료를 들고 유재학, 전창진 선배를 찾아가 벤치 운영 등을 익혔다. 그런 게 밑거름이 돼 이번 시즌도 버틴 것 같다.”

2017∼2018시즌 DB를 정규리그 정상에 올려놨던 이 감독은 2시즌 만에 1위를 되찾았다. 지난 시즌 8위에 그쳤지만 ‘빅맨’ 김종규를 영입하고 KCC와 삼성에서 선수 생활 마감을 고민하던 김민구와 김태술을 데려와 팀 컬러를 바꾸면서 반전을 이뤄냈다.

“대표팀에서 지도했던 민구는 재능이 너무 아까웠어요. 원래 경기당 10분 정도만 기용하려고 했는데 시즌 초반에 허웅과 김현호가 다치면서 평균 20분을 넘게 뛰게 했습니다. 경기 다음 날 다리를 저는 걸 보며 마음이 아팠죠. 30대 중반인 태술이도 25∼30분 소화해줬습니다. 둘 다 너무 고맙죠.”

시즌 초반부터 주전들의 크고 작은 부상이 잇따르다 보니 식스맨인 김태홍, 유성호 등 30대 베테랑들의 체력 소모도 컸다. 시즌 중반에 상무에서 제대해 합류한 두경민도 훈련 부족으로 체력이 바닥이었다. 이 감독은 “농담 삼아 선수들에게 ‘물에 잠긴 벤츠를 꺼내 제대로 움직이는지 보험사인 DB가 계속 확인했다’는 말을 하곤 했다”며 웃었다.

선수들과 능수능란하게 줄다리기를 하면서 전력을 끌어올리는 벤치 운영 덕분에 ‘갓상범’ ‘제갈상범’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이 감독은 시행착오가 많았던 덕분이라고 겸손해 했다.

“KGC에서 챔피언결정전 우승(2011∼2012시즌)을 한 뒤 대표팀 감독이 됐는데 최고의 선수들을 모아 놓고 어떻게 운영할지를 몰랐어요. 그때 스스로에게 무척 화가 났었죠. 그래서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때 유재학 감독 밑에서 대표팀 코치를 하면서 선수 관리를 다시 배웠습니다. 열심히 ‘카피’했죠. KGC 감독만 했다면 지금처럼은 못했을걸요. 이제는 선수들을 기다릴 줄 알게 됐고, 노력을 한 모두에게 기회를 줄 여유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프로농구#이상범 감독#유재학#전창진#추일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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