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사상 첫 무제한 유동성 공급…‘한국판 양적완화’

뉴스1 입력 2020-03-26 10:18수정 2020-03-2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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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방안실시 기자설명회(한은 제공).© 뉴스1
한국은행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사상 처음으로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기로 했다. 한은이 한국판 양적완화에 돌입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실물경제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한은은 이를 통해 100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는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에도 충분한 자금이 공급되도록 할 방침이다.

한은은 26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어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과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 대상증권 확대 등을 담은 ‘한국은행의 공개시장운영규정과 금융기관대출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사실상 양적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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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4월부터 3개월간 매주 한차례 정례적으로 한도 없는 전액공급방식의 RP매입으로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공급한다. 무제한 유동성 공급은 사상 처음이다. RP매입 금리 상한선은 기준금리 연 0.75%에 0.1%p(포인트)를 가산한 0.85%로 설정했다. 모집금리는 입찰 때마다 공고한다.

한은은 매주 화요일 입찰을 실시하기로 했다. 다만 RP매매 대상기관과 대상증권 확대 시기 등을 감안해 4월 첫 입찰은 4월2일에 진행할 예정이다. 7월 이후에는 그동안 입찰 결과,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이번 조치의 연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사상 첫 전액공급방식의 RP매입 제도 도입으로 한은은 한국판 양적완화에 돌입했다. 한은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윤면식 부총재는 ‘해당 조치를 한국판 양적완화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꼭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고, 틀린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사실상 양적완화라는 것이다.

해당 제도 도입 배경에 대해선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 금융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일부 시장에서는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하면 더 위중하다”고 진단했다.

이날 금통위는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에 증권회사 11곳을 추가하고, 대상 증권도 8개 공공기관 특수채로 확대했다.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은 기존 17개 은행과 5개 증권회사로 한정돼 있었으나 이번 통화안정증권과 증권단순매매 대상 7개 증권사와 국고채전문딜러 4개 증권사를 추가했다. 유효기간은 4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4개월간이다.

추가되는 7개 통화안정증권·증권단순매매 대상기관은 신한금융투자, 현대차증권, KB증권, 하이투자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이다. 4개 국고채전문딜러는 교보증권, 대신증권, DB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이다.

RP매매 대상증권에는 8개 공공기관 특수채를 추가했다. 대출 적격담보증권에도 이들 공공기관 특수채와 은행채를 추가했다. 해당 대상증권 유효기간은 4월1일부터 2021년 3월31일까지 1년간이다.

추가된 공공기관 특수채는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수자원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채권이다. 해당 채권에 대한 증거금률은 신용등급별, 잔존만기별로 차등 적용한다.

◇“무제한 유동성 공급에 따른 신용위험 거의 없어”

한은은 현재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 어려움을 겪는 채권을 고려, 국고채 매입이 아닌 RP매입 제도를 선택했다. 윤 부총재는 “현재 금융시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건 국고채가 아닌 다른 채권들”이라며 “RP 대상 채권을 은행채를 넘어 공공기관 발행 채권으로 확대하면 현재 시장에서 겪고 있는 원활하지 않는 작동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전액공급방식의 RP매입에 따른 신용위험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윤 부총재는 “이번에 확대하기로한 대상증권 범위는 국제신용평가사에 의해 국가신용과 동일한 채권, 국내 신용평가 AAA 채권, 정부 공공기관 채권”이라며 “정부 손실 보전 조항이 있는 채권으로 한정해 신용위험을 최소화, 위험이나 대가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번 대책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하면 추가 대응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윤 부총리는 “필요하다면 추가로 국고채를 매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방안에 영리법인 대출,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직접 매입이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윤 부총재는 “영리법인에 대한 대출을 발동할 상황인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채 매입 등에 대해선 사실상 정부에 공을 넘겼다. 윤 부총재는 “정부가 한은의 회사채 매입(에 따른 신용위험)을 보증하면 금통위가 공개시장 조작 대상으로 결정하는 게 쉬워진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은법 68조에는 국채, 원리금 상환을 정부가 보증한 유가증권, 그 밖에 금융통화위원회가 정한 유가증권을 공개시장에서 매매하거나 대차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는데 해당 유가증권은 자유롭게 유통되고 발행조건이 완전히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한정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앞서 한은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은 ‘유가증권은 자유롭게 유통되고 발행조건이 완전히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한정한다’는 조건에 맞지 않는다며 직접 매입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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