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게 던질 필요 없었던 RYU, 위기엔 더 강해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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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시범경기 미네소타전 등판
1회 연속안타 무사 1, 3루 몰렸지만, 땅볼-탈삼진-땅볼로 이닝 마무리
2회 ML 경험없는 비엘에 피홈런… 2이닝 1실점 3안타 2K로 마쳐
제구 살아있어 무4사구 인상적

28일 미네소타와의 시범경기에 처음으로 선발 등판한 토론토 에이스 류현진. 이날 그는 2이닝 3안타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사진 출처 토론토 트위터
28일 미네소타와의 시범경기에 처음으로 선발 등판한 토론토 에이스 류현진. 이날 그는 2이닝 3안타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사진 출처 토론토 트위터
위기관리 능력은 역시 에이스다웠다.

메이저리그(MLB) 토론토의 제1선발 역할을 부여 받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3)이 28일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 볼파크에서 열린 미네소타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하며 첫 공식전을 치렀다. 기록은 2이닝 3안타 2탈삼진 1실점으로 평범했지만 류현진은 크게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

류현진은 경기 초반 고전했다. 1회초 선두타자 제이크 케이브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후속타자 트레버 라르나크에게 다시 안타를 맞아 무사 1, 3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류현진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3번 타자 윌리안스 아스투디요를 3루수 앞 땅볼타구로 유도해 홈으로 향하던 주자를 잡은 류현진은 계속된 1사 2, 3루에서 4번 타자 브렌트 루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다음 타자 로이스 루이스마저 3루수 앞 땅볼로 처리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정작 실점은 긴장이 다소 풀릴 법한 상황에서 나왔다. 2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류현진은 MLB 경험이 없는 잰더 비엘에게 한가운데로 몰리는 투심 패스트볼을 구사했다가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불의의 홈런을 허용했다. 비엘은 지난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24홈런을 기록하는 등 한 방이 있는 타자다. 예상 못한 홈런으로 실점한 류현진은 후속 타자들을 삼진,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이날 예정된 투구(2이닝)를 마쳤다. 투구 수는 41개, 패스트볼 최고구속은 시속 145km였다.

투구 내용이 썩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현지 매체들은 크게 우려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류현진의 (토론토) 데뷔전이 눈부시지는 않았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며 “1회 두 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한 뒤 위기를 벗어나는 등 그의 능력을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줬다”고 평가했다.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 공을 던졌지만 탁월한 제구로 단 한 개의 4사구를 내주지 않은 점도 고무적이었다. 경기 후 류현진은 “마운드로 다시 돌아와 기뻤고 야수들과 처음 호흡을 맞춰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류현진은 토론토의 1선발로 다음 달 27일 안방에서 열릴 보스턴과의 정규리그 개막전 선발이 유력하다. 남은 시범 경기에서는 투구 수와 구속을 점점 끌어올릴 계획이다. 류현진은 “다음 등판에서 (오늘보다 긴) 3이닝 50∼60구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토 타선은 4개의 안타를 합작하는 데 그쳤지만 1-3으로 뒤진 9회 2사 만루에서 터진 케빈 스미스의 적시타에 힘입어 3-3,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메이저리그#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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