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현지 정보 깜깜… 원자재 조달 가장 큰 애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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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접수된 업체 목소리 들어보니
국내기업 “통관 물류 차질도 문제” 현지기업은 “방역용품 조달 힘들어”

인천의 한 화장품 제조업체 A 사의 창고에는 팔리지 않은 마스크팩 200만 장이 쌓여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고 해외 주문량이 급감해 날이 갈수록 재고가 늘고 있다. 이 회사는 물건이 팔려도 고민이다. 마스크팩의 주재료인 중국산 화장품의 수급이 어려워지며 납품 단가가 올라 판매량이 늘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다.

경기 부천시에 있는 산업용 포장기계 제조업체 B 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현지 공장 가동률이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이달 10일 중국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가 끝났지만 중국 내 이동이 제한되며 현지 직원들이 다 복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지 공장 가동을 위해서는 매일 직원들에게 1인당 마스크 2개를 지급해야 하는데 마스크 보유량도 충분하지 않아 인력 운용에 애를 먹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처럼 코로나19로 국내 기업들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 433건을 접수해 이 중 199건을 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기업별 접수 건수는 국내 기업 196건, 중국 진출 기업 237건이었다.

국내 기업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원자재 조달이었다. 전체 196건 중 97건이 원자재 조달, 37건이 통관 물류 관련 애로사항이었다. 현지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 원자재 수급 일자를 예측할 수 없는 기업이 많은 탓으로 분석된다. 국내의 한 정보기술(IT) 부품 수입업체는 중국 내 거래처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며 이달 12일부터 18일까지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제품 출고 일자를 맞추기 위해 평소 화물선으로 공급 받던 원자재를 비행기로 받으며 물류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난 업체들도 있었다.

중국 현지 진출 업체들은 방역용품 조달(80건)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중국 정부는 현지 공장을 다시 가동하려면 마스크와 손세정제 등을 충분히 구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자가 격리되는 근로자가 늘며 인력 부족에 직면하거나 자가 격리 기간 동안 임금 지급 여부 등을 놓고 혼란을 겪는 기업(62건)도 많았다.

정부는 상무관과 무역관 등 현지 채널을 활용해 해당 업체에 조업 재개를 요청하는 등의 방법으로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급이 제때 안 돼 생산량이 떨어진 기업은 특별연장근로제도를 활용해 연장 근무를 허가하고 있다. 중국 우한 지역에서 원자재를 조달하다 수급이 악화된 업체에는 대체 수입이 가능한 다른 나라를 연결해주고 있다. 현지에서 방역용품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기업에는 현지 업체를 연결해주고 노무 문제는 상황별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 중이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로 국내 기업 및 중국 현지 진출 기업이 매출 감소, 대금 회수 지연 등 금융 문제를 겪을 것에 대비해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금융지원 대책을 마련해 이달 18일까지 총 5752건에 대해 3626억 원의 자금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애로사항이 생긴 기업은 KOTRA 비상대책반, 한국무역협회 수출애로해소지원센터에 문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김호경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기업 애로사항#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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