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패트릭 리드, WGC 멕시코 챔피언십 우승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4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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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하면 환호 받고, 못 하면 비난받는 것은 모든 운동선수들의 숙명이다. 하지만 패트릭 리드(30·미국)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그는 ‘공공의 적’이다. 그의 이름 앞에는 ‘악당(Villain)’, ‘사기꾼(Cheater)’ 같은 수식어가 붙는다. 팬들은 물론이고 동료 선수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없다.

스스로 자초한 부분이 크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그는 사고뭉치였다. 나이를 속이고 술을 마시다 적발됐고, 필드에서는 여러 차례 규칙 위반을 저질렀다. 어릴 적 자신을 학대했다는 이유로 부모와는 의절했다. 2016년 라이더컵(미국과 유럽의 국가대항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캡틴 아메리카’란 별명을 얻을 때도 있었지만 안 좋은 소리를 들을 때가 훨씬 많았다.

지난해 12월 열린 히어로 월드 챌린지는 결정타였다. 리드는 당시 모래 위에서 샷을 하기 전에 클럽으로 두 차례 공 뒤쪽 모래를 치우는 동작을 했다. 라이 개선으로 2벌타를 받았지만 리드는 카메라 앵글 등을 핑계로 대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그는 출전하는 모든 대회에서 팬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그가 샷을 할 때 “사기꾼”이라고 소리치는 갤러리도 나왔고, 그의 캐디는 비난하는 팬들과 말다툼을 벌이다 퇴장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24일 멕시코 멕시코시티 인근 나우칼판 차풀테펙 골프클럽(파71)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멕시코 챔피언십에서 리드는 그 동안 자신에게 쏟아진 비난을 실력으로 잠재웠다.

공동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돌입한 리드는 이날 4언더파 67타를 치며 최종 합계 18언더파 266타로 정상에 올랐다. 2위 브라이슨 디섐보(17언더파 267타)와는 1타 차였다. 개인 통산 8번째 PGA 투어 우승이다.

우승의 원동력은 퍼트였다. 아이언샷이 여러 차례 그린을 빗나갔지만 그는 쇼트게임으로 이를 커버했다. 이번 대회 72개 홀을 돌며 그는 45차례나 원 퍼트를 홀 아웃했다. 나흘 간 총 퍼트 수는 98개에 불과했다.

우승 상금 182만 달러를 받은 리드는 “나를 둘러싼 비난에는 익숙하다”며 “논란을 잠재우려면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우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전 대회까지 세계랭킹 10위였던 그는 지난 주 보다 2계단 오른 8위로 뛰어 올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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