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중인 병원에 마스크 부족 세탁해 쓰냐”…의료진들 박원순에 성토

  • 뉴시스
  • 입력 2020년 2월 20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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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보건소 선별진료소 기능 강화해…감염병전문연구센터 조성할 것"
의료진 "응급실 폐쇄해선 안돼…동네 중소병원에 대한 사전적 지원 필요"

“(국가지정 격리병상인) 서울대병원 원장님을 만나니 마스크가 없어 세탁해 써야 하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대학병원에서 버틸 수 있는 마스크가 2~3일 분량 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최일선에서 싸우고 있는 병원과 의료진들 사이에서 마스크 부족 이야기가 나와서 되겠느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투중인 의료들은 20일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이 같은 어려움을 성토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2시30분께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대한병원협회에서 코로나19 관련 병원관계자들과 만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박홍준 서울시 의사회장, 김갑식 서울시 병원협회장, 장석일 서울시 병원협회장, 김양빈 대한요양병원협회 부회장, 조항석 대한요양병원협회 수도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김갑식 회장은 “서울대병원장님도 그렇고 마스크가 없어서 세탁을 해서 써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던데 이런 걸 (공공에서) 고민하게 만들면 안된다”며 “메르스 때는 굉장히 신속하게 대량으로 (서울시가) 마스크를 지급해 줬는데, 지금 그게 잘 안되고 있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 회장은 “과거 메르스의 감염 경로와 코로나19의 감염경로가 다른 만큼 이 차이점을 감안해 방역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중국 방문자들이 (방문하지 못하도록) 완전히 차단해야 하지 않나”고 말했다.

이어 “만약 감염이 급속히 확산될 경우 세계 각국에서 한국을 경유한 이들을 (자국에 오지 못하도록) 차단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렇게 될 경우 경제도 위축되고 국민들 불안도 심각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감염원의 차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역사회 감염이 일어났을 때 의료기관과 인력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기준을 세워야 한다”며 “응급실도 이렇게 계속 폐쇄하면 나중에 진료는 누가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응급실을 폐쇄하다보면 중증 응급진료를 요하는 환자들은 제대로 진료를 받을 수가 없어 희생될 수밖에 없다”며 “(확진자들이) 의료시설을 한번 다녀갔다고 그곳을 폐쇄할 것이 아니라 소독을 하고 바로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특히 시립병원을 통으로 비워 한 곳은 치료거점병원, 다른 한 곳은 거점격리병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회장은 “조금 늦긴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가능한 시립병원을 통채로 빌려 코로나19를 치료해야 한다”며 “중증환자가 아닌 이상 음압병실도 필요없으니 시립병원 등을 비워 치료거점병원, 거점격리병원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발열 등의 선별치료를 위해선 지역마다 신청을 받아 지역의 의원급들 병원을 대상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준 회장도 “의료기관에서 마스크를 구입할 수 없는 상태”라며 “5만장씩 팔고 있는데도 마스크가 떨어진 상황”이라며 김 회장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박 회장은 “이미 마스크가 떨어진 의료기관에 어떤 동기부여가 될지 모르겠다”며 “서울시에서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고, 가이드라인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 추세인 것을 보면) 결과적으로 한 템포 정도 약간 소극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의사들은)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에서는 전면적으로 이제 코로나19와 전면전을 선포하셔도 된다”며 “지금 모든 가용가능한 공공의료 역량을 전면으로 투입해 시민과 하나돼 함께 해결해나가자고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특히 각 자치구에서 운영중인 선별진료소의 부실한 운영을 꼬집었다.

박 회장은 “선별진료소를 한번 가보셨으면 좋겠는게 굉장히 엉성하게 텐트만 치고 운영되고 있는 곳이 상당히 많다”며 “1차적으로 서울시에서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 25개 보건소에서도 코로나19가 종식될 떄까지 선별진료소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응급실이 지금 계속 폐쇄되는 등 날라가고(없어지고) 있는데 그럼 위중한 환자들은 다 어디로 가느냐”며 “공공의료가 1차 라인에서 국민들을 지켜주겠다는 선언을 하고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전면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영세한 중소형 병원에서는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이유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대책을 만들어서 의료진들이 최선을 다해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다는 것”이라며 “지역의 확산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공공영역과 민간의료 협력이 어느때보다도 급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시는 보건소의 코로나19 선별진료의 기능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라며 “그럼에도 증상이 있어도 바로 병원으로 가는 환자들이 있어 2차 병원급 이상에서 발열, 호흡기 환자 등에 대해 별도 분리하는 선별진료소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과정에서 비용, 장비지원 등은 서울시가 다 제공하겠다”며 “기저질환이 있는 어르신들이 확진 이후에 사망까지 이를 수도 있기 때문에 건강취약계층 등이 입원한 중소병원 혹은 요양병원의 발열 감시체계를 확실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래도 폐렴 환자가 확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응급실이나 입원 환자 중에 증상이 발현할때는 바로 검체를 체취해서 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 신고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 시장은 “이 과정에서 병원에 사후적 지원이 아닌 사전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며 “이런 맥락에서 저희가 감염병전문연구기관을 만들어 감염병의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2교대로 보건소 선별진료소 강화 ▲소아아동에 대한 선별진료 요구가 높은 만큼 보건소와 관내 소아과 의원과 연계해 치료 ▲주말, 평일 야간에는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 등에서 선별진료 ▲중소요양병원에서의 입원환자 대상 전수발열감시 ▲심각단계 격상시 음압병상 동원계획 등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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