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제복의 사명 다한 당신은 영웅”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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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수색중 순직’ 유재국 경위 영결식
“6개월 뒤 태어날 아기에게 ‘아빠는 용감한 경찰’ 말해주겠다”
유족-동료 300명 눈물속 작별인사

한강에 투신한 시민을 구하려다가 순직한 유재국 경위의 영결식이 18일 오전 유족과 경찰 동료 등 300여 명이참석한 가운데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에서 열렸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한강에 투신한 시민을 구하려다가 순직한 유재국 경위의 영결식이 18일 오전 유족과 경찰 동료 등 300여 명이참석한 가운데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에서 열렸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재국아, 건이 형이야. 나는 너랑 근무할 때가 제일 행복했는데…. 그거 몰랐지.”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영결식장. 서울 한강경찰대 소속 고건 경위(40)가 떨리는 목소리로 고 유재국 경위(39)에게 바치는 고별사를 읽어 내려갔다. 불과 며칠 전까지 함께 울고 웃던 동료를 떠나보내는 자리였다.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하던 고 경위는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고 경위는 “힘든 일이 있어도 너와 얘기하면 위로가 되고 마음이 풀렸다”며 “의지를 참 많이 했다”고 했다. 이어 “6개월 뒤 태어날 조카는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어라. 나중에 아빠에 대해 물어보면 얼마나 성실하고 용감한 경찰이었는지 꼭 말해주겠다”고 했다. 유 경위의 아내는 현재 임신 상태다. 고 경위가 고별사를 마치며 “보고 싶다. 재국아”라며 울먹이자 영결식장은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유 경위의 영결식에는 유족과 경찰 동료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유 경위는 15일 서울 마포구 가양대교 북단에서 한강에 투신한 시민을 수색했다. 거센 물살에도 주저 없이 강으로 뛰어들었던 그는 결국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유 경위의 영정을 든 경찰과 유족 30여 명이 영결식장에 들어서자 동료 경찰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예우했다. 영하의 날씨 속에 휠체어에 몸을 실은 유 경위의 부인은 영결식 내내 황망한 표정이었다. 아들을 잃은 고인의 어머니는 가슴을 부여잡고 오열했다.

동료들은 환하게 웃고 있는 영정 앞에 차례로 국화꽃을 놓았다. 하지만 헌화가 끝난 뒤에도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눈물이 글썽글썽한데도 잠시라도 고인과 눈을 맞추려 멈춰선 이들이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전을 통해 “유 경위는 13년간 국민의 안전을 지켜온 경찰로 마지막까지 소임을 다했다”며 “대한민국은 고인의 숭고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전했다. 영결식에 참석한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제복인으로서 사명을 다해준 유 경위를 경찰의 표상이자 영웅으로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고인의 친형은 “동생이 정말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지만 많은 동료 경찰이 와주셔서 동생의 가는 길이 외롭지 않았을 것”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 운구 행렬은 고인이 근무했던 서울 용산구 이촌한강치안센터에 들렀다. 유 경위의 영정은 그가 언제나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려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던 한강 앞에서도 잠시 머물렀다. 영정 옆에서 한강을 바라보던 형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차가운 강바람에도 어머니는 흐느낌을 멈출 줄 몰랐다. 고인의 유해는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김소영 ksy@donga.com·김태성 기자
#한강 수색#유재국 경위#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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