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 유학생 특별 방역, 대학에만 떠넘길 일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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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우한 폐렴)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개학철을 맞아 대거 입국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해 교육부가 14일간 등교 중지 기간을 적용하는 내용의 ‘중국 입국 유학생 보호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유학생들은 기숙사나 자신의 거처에 격리되고 대학 내 식당과 도서관도 이용할 수 없다. 아직 입국하지 않은 유학생에 대해서는 원격 수업이나 휴학 권고 등을 통해 입국 유예를 유도하는 내용도 담았다.

현재 방역 지침에 따르면 입국 금지 지역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이외의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내외국인은 발열검사 및 국내 거주지와 연락처를 확인하는 특별 입국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중국 유학생들에 한해 이 특별 절차에 더해 14일간의 자율 격리기간을 추가로 두는 이유는 강의실 기숙사 같은 밀집된 환경에서 환자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감염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여전히 증가하고 있는 데다 국내에서 감염원을 모르는 29번, 30번 환자가 발생해 지역사회 전파를 전제로 방역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엄중한 상황이기도 하다.

문제는 중국인 유학생들의 격리 업무를 방역 역량이 부족한 일선 대학들에 고스란히 떠넘기는 대책만으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7만1000명이 넘으며 이 중 약 2만 명이 입국했고 앞으로 4만 명이 더 들어온다고 한다. 기숙사 시설이 부족한 대학들은 중국인 유학생에게 독방을 배정하느라 국내 학생들에게 퇴실을 통보했다가 반발을 사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기숙사 격리 생활의 엄격한 관리도 대학의 행정력을 벗어나는 일인 데다 이보다 훨씬 많은 유학생들은 기숙사 밖 원룸 등에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은 사실상 방치될 수밖에 없다. 격리시설 관리와 도시락 제공, 소독과 방역에 드는 재정 부담도 대책이 시급하다.

한국대학교수협의회는 “입국한 중국인 유학생의 실태 파악이나 이동을 차단할 실질적 방법이 전무한 상태”라며 중국인 유학생 입국 전면 금지를 주장했다. 학사 관리는 대학 자율의 영역이지만 방역은 국가의 책임이다. 현실적으로 일선 대학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인 게 불 보듯 명확한데 나열형 대책만 내놓고 뒷짐 지어서는 안 된다. 정부의 방역 시책을 따르는 데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은 정부의 의무다.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의 전문성 있는 보건 인력이 나서야 한다.
#코로나19#중국 유학생#한국대학교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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