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뒤 우리 동네에 비 올까?” AI 예보관에게 물어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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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고 빨라지는 AI 기상예측

북미 대륙의 구름 발생 현황을 인공위성 영상을 이용해 촬영한 영상(위 사진)과 강수 현황을 지상의 기상 레이더를 이용해 촬영한 영상을 나란히 비교했다. 최근 구글은 이 두 가지 영상만을 이용해 높은 정확도로 빠르게 최대 3시간 뒤의 날씨를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 각국 정부와 연구기관이 AI를 이용한 날씨 및 기후 예측 연구에 나선 가운데 기업 역시 다양한 기상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해양대기청(NOAA) 제공
북미 대륙의 구름 발생 현황을 인공위성 영상을 이용해 촬영한 영상(위 사진)과 강수 현황을 지상의 기상 레이더를 이용해 촬영한 영상을 나란히 비교했다. 최근 구글은 이 두 가지 영상만을 이용해 높은 정확도로 빠르게 최대 3시간 뒤의 날씨를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 각국 정부와 연구기관이 AI를 이용한 날씨 및 기후 예측 연구에 나선 가운데 기업 역시 다양한 기상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해양대기청(NOAA) 제공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날씨는 지형, 대기의 상태, 온도 등 수많은 복잡한 요인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변화무쌍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최근에는 인류 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변화가 일어나면서 극단적인 추위나 태풍, 폭우 등 극한의 기상 현상도 잦아졌다. 여러 달째 호주 전역을 태우고 있는 화재처럼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난도 늘고 있다.

최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기상 현상을 예측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몇 시간 뒤의 날씨를 정확히 예측해 위험이 닥치기 전에 시민들에게 경고하는 기술부터, 1년 이상의 긴 시간 뒤에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칠 중장기적인 기후 현상을 예측하는 기술까지 등장했다. 기업들은 기상 현상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AI를 이용해 예측하고 있다.

구글은 동(洞) 단위보다 작은 가로세로 각 1km 규모의 국지적 기상 현상을 최대 3시간 전에 정확히 예측하는 AI 예보기술을 개발했다. 예측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5∼10분 수준으로 짧다. 뇌우나 태풍 등 급박한 기상 재난이 예상될 때 위기 대응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칼라 브롬버그 구글 ‘공익을 위한 AI’ 프로그램 총괄은 4일 서울 강남구 구글코리아 본사에서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자체 개발 중인 기상 예측 AI인 ‘나우캐스트’의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브롬버그 총괄은 “사실상 실시간으로 강수량 등 국지 기상 예측이 가능한, 지금까지 나온 가장 정확한 AI 기반 기상 예측 기술”이라고 말했다.

나우캐스트는 기상 레이더 영상과 위성 영상 데이터를 이용해 최대 3시간 뒤까지의 레이더 영상을 예측한다. 대기 움직임과 지형, 해양 유무 등 지구 환경 조건을 다 고려해야 하던 기존 모델과 달리, 오직 영상 자료만을 이용해 강수량을 예측하기 때문에 예측 시간을 수 시간에서 5∼10분으로 대폭 줄였다. 실시간에 가깝게 예측이 가능한 수준이다.

나우캐스트는 미국해양대기청(NOAA)이 전국 159개 관측소에서 수집한 기상 레이더 관측 영상 데이터와 미국의 기상위성인 ‘고스(GOES)’ 16호와 17호가 측정한 데이터를 ‘유넷(U-NET)’에 넣어 학습한다. 유넷은 이미지 분류에 널리 쓰이는 AI 기술인데 구글은 이를 기상 예측에 맞게 바꿨다. 브롬버그 총괄은 “미국이 워낙 넓기 때문에 전국을 가로세로 각 256km 단위로 쪼갠 뒤 2분 간격으로 자료를 얻어 각 지역의 강수량을 가로세로 각 1km 단위로 예측했다”고 말했다. 구글은 이 기술이 재해 상황에서 물류 이동을 바꾸거나 사람을 대피시키는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해 즉각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 예측에 AI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학계와 정부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연구팀은 2006∼2017년 동안 스위스 12개 기상관측소에서 측정한 번개 자료를 이용해 반경 20km 지역에서 30분 뒤에 번개가 칠지 예측하는 AI를 지난해 개발했다. 이 AI의 번개 예측 정확도는 80%에 이른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기상청이 AI 기반의 실시간 예보 연구를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협정을 체결했다.

장기간의 기후를 예측하는 AI도 개발되고 있다. 함유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여러 달에 걸쳐 평소보다 0.5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인 ‘엘니뇨’를 AI를 이용해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네이처’에 발표했다. 엘니뇨는 2, 3년에 걸쳐 천천히 발전하는 현상이다. 비록 먼 바다의 표면 온도가 약간 오르는 정도지만,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를 유발해 정확한 예측이 필요하다. 지난해부터 호주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산불 역시 올해가 약한 엘니뇨의 해인 것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함 교수의 기술은 엘니뇨 발생을 약 1년 반 전에 70%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구글처럼 이미지 분류용 AI를 이용해 해수 온도 자료와 시뮬레이션 자료를 학습시켰다. 함 교수는 “옥수수 등 작물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엘니뇨를 예측함으로써 수확량 등을 미리 조절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 변화가 경제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AI를 이용해 예측하는 기술도 있다. IBM은 ‘웨더 시그널’이라는 AI 기반 기상 예측 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5월 공개했다. 기온과 바람, 습도 등 기상 및 기후 변화가 농산물과 공산품 업계, 서비스업, 교통 등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알려준다. IBM은 1996년부터 구글의 나우캐스트처럼 날씨 자체를 예측하는 ‘딥선더’라는 AI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농업기업 몬샌토 역시 기후가 농산물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기 위해 디지털 농업 기업인 ‘몬샌토 클라이밋 코퍼레이션’을 인수하고 데이터와 AI를 농업에 적용하고 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기자 ashilla@donga.com
#기상예측#인공지능#ai#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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