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첫번째 확진 中여성, 열흘째 치료에도 호전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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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입원 초엔 발열증상만 나타나 폐렴소견에 산소마스크 달고 지내
의료진 “처음 보는 병… 예측 어려워”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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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환자가 발생한 지 29일로 열흘째를 맞았다. 35세 중국인 여성인 1번 환자는 20일 확진 후 이날까지 국가지정격리병원인 인천 동구 인천의료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1번 환자는 가장 오랜 기간 집중치료를 받았다. 보건당국도 초기에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에는 산소마스크를 자주 쓰는 등 오히려 상태가 나빠져 의료진이 긴장하고 있다.

29일 오전 11시 20분경 인천의료원 6층 간호사 스테이션. 감염위험구역인 입원실과 이중문으로 차단된 곳이다. 한쪽 모니터를 통해 산소마스크를 쓰고 침대에 누워 있는 1번 환자의 모습이 보였다. 낮 12시 하얀색 방호복과 고글, N95(방역용) 마스크를 쓰고, 이중 장갑을 낀 간호사 2명이 병실로 향했다. 손에는 1번 환자를 위한 식사와 의료용 폐기물 봉투를 들고 있었다.

간호사들은 1번 환자의 마스크를 벗기고 산소공급용 콧줄로 바꿨다. 환자의 혈중 산소포화도가 99%에서 94∼95%로 떨어졌다. 건강한 성인의 혈중 산소포화도는 96∼99%다. 간호사가 곧바로 특이사항을 기록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30대 성인이 콧줄을 달고도 산소포화도가 그 정도라면 폐가 안 좋은 상태”라며 “자칫하면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이 나타날 수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입원 초기 1번 환자는 발열 증상만 있을 뿐 폐 상태는 양호했다고 한다. 그러나 24일경부터 폐렴 증세가 나타났다. 의료진은 “열은 떨어졌지만 산소마스크가 없으면 숨이 차는 상황이어서 2주일 정도 더 입원해야 한다”면서도 “처음 보는 질환이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예측은 어렵다”고 말했다.

다행히 환자의 심리 상태는 안정적인 편이다. 영어나 한국어를 하지 못해 인터넷 번역기를 이용해 자신의 증상을 알리고 있다. 김치를 아예 먹지 못하는 등 한국 음식을 힘들어해 의료진이 사비로 중식을 구입해 제공하기도 한다. 스마트폰으로 중국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하고 중국 뉴스도 접하고 있다. 한국에 4번째 확진 환자가 나온 소식도 알고 있다.

1번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면서 의료진은 설 연휴 기간에도 계속 치료에 몰두했다. 현재 인천의료원 음압치료병상에는 의사 4명, 간호사 10명이 근무 중이다. 의료원 전체에 1명 뿐인 감염내과 의사는 확진 환자 발생 후 오전 1, 2시까지 근무가 이어져 퇴근도 못 한 채 당직실에서 쪽잠을 자고 있었다. 한 의료진은 “확진 환자가 나온 뒤 암묵적인 전쟁 상태나 다름없다”며 “환자의 상태가 호전될 수 있도록 의료진 모두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우한 폐렴#코로나 바이러스#1번 환자#확진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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