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형호텔 화재 583명 대피… 투숙객 “비상벨 못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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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앰배서더 지하1층서 발화
이용객 “연기 차도록 대피방송 없어” 호텔측 “119 도착한뒤 비상벨 해제”

26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중구 그랜드앰배서더 호텔. 새벽에 화재로 투숙객 등 583명이 대피했으나 다행히 사망자나 중상자는 없었다. 뉴스1
26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중구 그랜드앰배서더 호텔. 새벽에 화재로 투숙객 등 583명이 대피했으나 다행히 사망자나 중상자는 없었다. 뉴스1
설 연휴인 26일 새벽 서울 중구 그랜드앰배서더 호텔에서 불이 나 수백 명이 대피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화재 발생 당시 비상벨이나 안내 방송을 듣지 못했다는 투숙객이 적지 않아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27일 서울 중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4시 50분경 그랜드앰배서더 호텔 지하 1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투숙객과 직원 등 583명이 대피했다. 일부는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자나 중상자는 없었다. 그랜드앰배서더는 지하 2층, 지상 19층 규모에 413개 객실을 갖춘 특급호텔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지하 1층 알람밸브실에서 시작됐다. 불은 더 이상 번지지 않았지만 연기가 환기구와 전기배관실 등을 타고 삽시간에 객실 전체로 퍼졌다. 일부 투숙객은 새까만 연기가 객실까지 들어왔지만 비상벨은 물론이고 대피 안내 방송도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17층에 투숙했던 김모 씨(44)는 “복도에 연기가 심해 나가지도 못하고 30여 분간 객실에서 버텼다. 비상벨은 물론이고 대피하라는 객실 전화나 안내 방송도 없었다”고 말했다. 18층에 머물던 김모 씨도 “80세가 넘은 부모를 모시고 탈출했는데 불이 났다고 알려주거나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피 지시가 달라 혼란이 가중됐다는 투숙객도 있었다. 16층에 투숙한 김모 씨(62·여)와 가족들은 “‘초 타는 냄새’를 맡고 119에 신고했는데 처음에는 ‘옥상으로 대피하라’고 했다가 이후에는 ‘객실에 머무르라’고 했다. 직원 안내도 없이 지시가 제각각이라 우왕좌왕했다”고 말했다.

호텔 측 관계자는 “소방대원들이 도착한 뒤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작동하던 비상벨이 해제된 것으로 알고 있다. 직원들은 최상층부터 직접 객실을 방문해 대피 안내를 했고 개별 안내 전화도 시도했다”고 해명했다. 또 “화재로 스피커 전선에 문제가 생겨 내부 방송이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고층 건물에서는 대피 시 혼란을 막기 위해 화재 발생 층과 바로 위층에 먼저 비상벨이 울리는 ‘우선 경보 방식’을 따른다. 하지만 연기가 다른 층까지 찼는데도 순차적으로 비상벨이 작동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28일 오전 합동감식을 실시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구특교 kootg@donga.com·고도예 기자
#그랜드앰배서더 호텔#비상벨#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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