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사랑해요”…제자들, 히말라야 실종 교사 무사귀환 염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1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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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사랑해요.” “요리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보고 싶을 거에요….”

아이들은 선생님과의 이별이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 지난해 12월 말 초등학교 마지막 겨울방학이 시작되던 날 칠판에 각자의 분필 글씨로 ‘러브 메시지’를 촘촘히 채워 넣었다. 군데군데 하트 표시들이 보였다.

충남 J초등학교 6학년 최모 여교사(37)의 교실의 모습이다. 그는 네팔 안나푸르나 해외교육봉사에 참여해 트레킹을 하다 실종된 충남교육청 소속 교사 4명 가운데 한 명이다. 19일 오전 기자가 교실을 찾았을 때 메시지들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마치 항상 선생님이 지키던, 그러나 지금은 텅 빈 교탁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듯했다.

학교와 학부모들은 “선생님 졸업식 후에도 봬요”라는 아이들의 소망에 메아리가 없으면 어떡하나 노심초사하고 있다. 아이들은 이미 선생님의 실종 비보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학교 측에 따르면 아이들이 학교에 전화를 걸어와 “우리 선생님 어떻게 하느냐”며 울먹였다고 한다.

학교 측은 이날 부장단 회의를 열어 아이들이 받을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A 교장은 “혹시나 학사 공백이 생기지는 않을까 임시 담임을 선정했으나 해당 교사가 맡기를 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미혼인 최 교사는 교직을 천직 삼아 봉사의 삶을 결심한 사람 같았다. 2005년 국립대 심리학과를 졸업했지만 곧바로 다시 공부를 시작해 2007년 교육대학에 입학했다. 임용고시에 합격해 2012년 충남의 Y초등학교에 첫 임용돼 근무하다 지난해 3월 지금의 J초등학교로 옮겼다.

전근하기 직전 5개월 간, 그러니까 2018년 8월 13일부터 지난해 1월 19일까지 그는 다문화국제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인도네시아에 파견돼 교육 봉사활동을 했다. 거기서 느낀 게 많았던지 최 교사는 J초등학교에 부임한 뒤 바로 네팔 해외교육 봉사를 신청했다. A 교장은 “최 교사가 교육봉사를 위한 사전 연수를 허락 받으러 찾아왔을 때 ‘교육기부에서 큰 보람을 찾고 있다’고 털어왔다”고 기억했다.

최 교사는 학급을 잘 이끌었고 여러 분야에서 재능을 보였다. A 교장은 “내가 지난해 9월 부임한 데다 교사들이 많아 개별적으로 이야기할 기회는 없었지만 아이들을 보면 선생님을 잘 알 수 있다”며 “그 선생님 반 아이들은 구김살 없이 밝고 활발하며 학부모들이 교육방법에 이견을 제기하는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전 근무지에서 과학 전담교사를 지낸 최 교사는 J초등학교에서도 과학 지도에 두각을 나타냈다. 청소년과학탐구 대회에 참가해 지역교육지원청과 충남교육청에서 아이들이 금상과 동상을 수상하게 하고 자신도 우수 지도교사 표창을 받았다. 미술을 지도하면 아이들의 가량이 쑥쑥 향상돼 학부모들도 좋아했다. B 교감은 “최 교사가 올해에는 미술 전담교사를 한번 맡아보고 싶다는 의향을 전달한 상태”라며 “아이들은 선생님이 하루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되돌 오길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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