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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검사냐, 왜 조국 무혐의냐” 반부패부장에 이례적 공개 항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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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검사냐, 왜 조국 무혐의냐” 반부패부장에 이례적 공개 항명

신동진 기자 , 황성호 기자 입력 2020-01-19 21:36수정 2020-01-19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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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56·수감 중)에 대한 청와대 감찰 중단을 지시한 혐의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대검찰청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51·사법연수원 27기)이 무혐의 의견을 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윤 총장의 대검 참모진을 대거 교체한 이른바 ‘1·8 대학살’ 인사를 한 이후 정권을 향한 수사를 놓고 대검 지휘라인 간에 시각차가 처음 드러난 것이다.

“네가 검사냐” 대검 간부가 상관에 공개 항명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8일 자정 무렵 삼성서울병원의 대검 과장급 간부 가족의 장례식장에서 대검의 양석조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47·29기)이 심 검사장을 향해 “왜 조 전 장관이 무혐의냐”며 따졌다. 양 선임연구관이 심 검사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당신이 검사냐”며 큰 소리로 항의하자 주변에 있던 대검 지휘부와 검사들이 술렁였다고 한다. 동석한 일부 검사는 “청와대를 향한 수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며 양 선임연구관에 동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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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검사장은 13일부터 반부패강력부장으로 근무했고, 양 선임연구관은 지난해 8월부터 심 검사장의 전임인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함께 윤 총장을 보좌해왔다. 당시 조문객들 중에는 윤 총장도 있었지만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소동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1·8 대학살’ 인사로 대검 참모에서 지방으로 좌천된 박찬호 제주지검장과 이두봉 대전지검장 등을 포함해 40여명의 검사들이 있었다.

“조 전 장관 기소 반대, 추 장관 고발 사건에 소극”

심 검사장은 윤 총장과 서울동부지검 관계자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조 전 장관의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 결정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서 권한 범위 안에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동부지검장과 서울동부지검의 검사들, 양 선임연구관 등은 “법원에서도 범죄가 소명이 된다고 했다”며 기소 의견을 주장해 결국 검찰이 17일 조 전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심 검사장은 야당이 윤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강행한 추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도 “일선 지검으로 배당하기 전에 대검에 죄가 되는지를 먼저 검토하라”고 지시하는 등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 검사장은 추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에서 근무했고, 최근 인사 때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일각에서는 양 선임연구관이 검찰 내부 논의 과정을 공개석상에서 표출한 것을 두고 검찰 인사와 직제개편 등으로 위축된 정권 수사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16일 새로 부임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앞에서 윤 총장의 취임사를 읽으며 “국민이 부여한 권한은 특정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고 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尹 “대검 중간 간부 전원 유임” 요구…秋, 입법예고 생략

법무부는 20일 오후 2시 검찰 인사위원회를 열어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논의할 계획이다. 양 선임연구관을 포함한 대검의 차장과 부장검사급 인사 30여 명은 “인사이동을 원하지 않는다”며 ‘전원 유임’ 의견을 제출했다. 이들은 윤 총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8월 첫 검찰 중간간부 인사 때 대검에 부임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등 청와대를 향한 수사 등을 사실상 진두지휘했다. 대검 중간간부들은 “인사 후 5개월 만에 또다시 자리를 옮길 경우 전국 검찰청 사무를 총괄 조율하는 대검 업무에 지장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유임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때 아무런 의견 표명을 하지 않았던 윤 총장은 “대검 중간 간부를 전원 유임시켜 달라”며 추 장관에게 요구했다. 대검 참모진 8명 전원이 좌천된 8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와 달리 중간 간부 인사에서는 법무부의 물갈이 인사 폭을 최대한 줄이려는 것이다. 대검의 한 간부는 “정권에 칼을 겨눈 참모들이 대거 좌천된 고위간부 인사 이후 총장을 보좌하는 중간간부들마저 물갈이 된다면 검찰 조직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추 장관은 검찰 직제개편 안에 대해 통상 거쳤던 ‘입법예고’ 절차를 생략하고, 21일 국무회의에서 직제개편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입법예고를 할 경우 40일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해 신속한 인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무회의에서 검찰 직제 개편안이 통과되면 설 연휴 전에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 검찰 중간간부 등의 필수보직 기간은 1년이지만 직제 개편 때는 조기 인사가 가능하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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