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mm 가랑비 살얼음에 ‘블랙아이스 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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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상주∼영천 고속도로 연쇄추돌
2곳서 7명 사망 32명 다쳐… 새벽 내린 비에 도로 얼어붙어
차량들 미끄러지며 총 44대 파손… 車 8대 화재… 1명은 교량아래 추락
겨울철 다리위-그늘진곳 요주의… 제동땐 브레이크 나눠 밟아야

“앞에서 사고가 난 것을 보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속도가 줄지 않아 ‘어, 어’ 하다가 부딪쳤어요. 교량에 진입하기 전까진 노면이 얼어 있다고 생각도 못 했습니다.”

14일 새벽 경북 군위군의 민자 고속도로(상주∼영천고속도로) 양방향 교량에서 5분 간격으로 대형 연쇄 추돌 사고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조금 내린 비가 영하의 날씨에 도로 표면을 코팅하듯 얼어붙어 생긴 ‘블랙아이스’가 사고 원인이었다. 특히 두 사고 모두 노면 온도가 낮아 블랙아이스가 자주 생기는 교량에서 일어났다.

15일 경북 군위경찰서에 따르면 14일 오전 4시 43분경 경북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 달산1교(상주 기점 26.4km) 영천 방향 왕복 4차로 교량에서 차량 26대가 미끄러지면서 연쇄 추돌했다. 차량 8대에 불까지 나면서 6명이 숨지고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숨진 6명 중 3명은 불탄 차량 안에서, 3명은 화물차에 낀 승용차 안에서 발견됐다.

약 5분 뒤 1차 사고 현장에서 4.6km 떨어진 소보면 산법리 산호교(상주 기점 31.0km) 상주 방향 교량에서도 빙판에 미끄러진 차량 18대가 추돌해 1명이 숨지고 18명이 경상을 입었다. 숨진 운전자는 2차 사고를 피하기 위해 교량 방호벽을 넘었다가 30m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블랙아이스를 사고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블랙아이스는 비나 눈이 내린 뒤 도로 위에 남아 있던 습기가 햇볕에 채 마르기 전에 얼어붙어서 생긴다. 14일 새벽에도 0.7mm의 비가 내려 사고 현장 노면이 얼어붙었다. 특히 공중에 떠 있는 교량의 경우 블랙아이스가 생기기 쉽다. 지열이 전달되지 않아 노면 온도가 일반 구간보다 2, 3도 낮기 때문이다. 사고버스에 탑승했다가 다친 윤의중 씨(59)는 “버스가 달산1교에 진입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미끄러지더니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교량 부근부터 살얼음이 얼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차 사고 난 달산1교… 두 사고 모두 교량위에서 발생 14일 새벽 경북 군위군 소보면 상주∼영천고속도로 양방향에서 4.6km 거리를 두고 약 5분 간격으로 연쇄추돌사고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경찰은 새벽까지 내린 비가 얼어붙어 투명한 얼음막을 형성한 블랙아이스에 차량들이 미끄러져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고 모두 교량에서 발생했는데 교량은 노면 온도가 낮아 쉽게 결빙되기 때문에 겨울철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1차 사고 난 달산1교… 두 사고 모두 교량위에서 발생 14일 새벽 경북 군위군 소보면 상주∼영천고속도로 양방향에서 4.6km 거리를 두고 약 5분 간격으로 연쇄추돌사고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경찰은 새벽까지 내린 비가 얼어붙어 투명한 얼음막을 형성한 블랙아이스에 차량들이 미끄러져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고 모두 교량에서 발생했는데 교량은 노면 온도가 낮아 쉽게 결빙되기 때문에 겨울철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얼음층이 얇고 투명한 블랙아이스는 운전자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도로 위 암살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서리 및 결빙으로 6502건의 사고가 발생해 198명이 목숨을 잃고 1만1837명이 다쳤다. 이 중 일부는 이번 사고와 같은 블랙아이스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눈비가 내린 뒤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면 블랙아이스 발생 가능성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방음벽 아래, 터널 입구 등 그늘진 곳이나 다리 위를 지날 때는 속도를 낮추고 급제동, 급가속, 핸들 급조작도 피해야 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브레이크를 나눠 밟아 속도를 줄인 뒤 가능하다면 다른 차선이나 갓길로 차를 옮기고, 피할 수 없다면 가능한 한 앞범퍼로 충돌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사고를 운전자의 부주의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빙 위험 구간을 점검해 미리 염화칼슘을 뿌리거나 열선을 까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명훈 한국교통안전공단 상주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교육팀장은 “블랙아이스가 자주 생기는 구간은 교통당국이 운전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안내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위=명민준 mmj86@donga.com / 김은지 기자
#블랙아이스#연쇄추돌#경북 군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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