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조위 “키코 불완전판매 은행, 손실액 최고 41%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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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13일 1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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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통화옵션계약(KIKO) 관련 금융분쟁 조정위원회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열린 분쟁조정위원회에서 4개 기업(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에 키코를 판매한 은행 6곳(신한·우리·KDB산업·KEB하나·DGB대구·씨티은행)에 모두 피해금액의 평균 23%인 255억원을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2019.12.13/뉴스1 © News1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통화옵션계약(KIKO) 관련 금융분쟁 조정위원회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열린 분쟁조정위원회에서 4개 기업(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에 키코를 판매한 은행 6곳(신한·우리·KDB산업·KEB하나·DGB대구·씨티은행)에 모두 피해금액의 평균 23%인 255억원을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2019.12.13/뉴스1 © News1
지난 2008년 키코(통화옵션계약) 사태 발생 이후 11년 만에 은행들이 키코 피해 기업들에게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는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결정이 나왔다. 이는 지난 2013년 대법원 판례상 인정된 불완전판매책임을 은행들에 물은 것으로, 실제 조정이 성립하려면 은행들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금감원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분조위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분쟁조정은 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 등 4개 피해기업과 이들에 키코를 판매한 신한·KDB산업·우리·씨티·KEB하나·대구 등 6개 은행을 대상으로 한다.

◇4개 기업 배상비율 15~41%, 신한 최고 배상액 150억원

금융당국은 지난해 5월 분쟁조정 등 키코 피해기업 지원방안을 마련해 안내했고, 4개 기업이 같은 해 7월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이들은 약 1500억원 수준의 피해를 봤으며, 모두 사법적 판단을 받지 않았다.

앞서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키코 계약이 불공정행위 등으로 무효·사기라는 기업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으며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분조위는 대법원 판례에서 부인된 계약자체의 불공정성과 사기성 여부는 다루지 않고 사례별로 인정된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만 심의했다.

키코는 기업과 은행이 환율 상·하한선을 정해 놓고 그 범위 내에서 지정된 환율로 외화를 거래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환율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기업은 시장가격보다 높은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지정된 상한선을 넘으면 미리 정한 환율과 실제 환율 간 차액의 2배를 은행에 물어줘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양 당사자가 예상하지 못한 환율급등으로 손실이 발생한 만큼 불완전판매가 인정된다면 계약을 권유한 은행도 손실 일부를 부담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본배상비율을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 적용되는 30%로 하고, 키코 사건 관련 판례상 적용된 과실상계 사유 등 당사자나 계약의 개별 사정을 고려해 최종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주거래은행으로서 외환 유입규모 등을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경우 책임을 가중하고, 기업의 규모가 크거나 파생상품 거래경험이 많은 경우 경감했다.

기업별 배상비율은 ΔA기업(102억, 손실액) 41% ΔB기업(32억원) 20% ΔC기업(435억원) 15% ΔD기업 921억원(15%) 등 평균 23%로 결정했다. 은행별 배상액은 Δ신한은행 150억원 Δ우리은행 42억원 Δ산업은행 28억원 ΔKEB하나은행 18억원 Δ대구은행 11억원 Δ씨티은행 6억원 등이다.

◇은행들 키코 위험성 언급 않고, 외화유입 규모 초과해 계약 체결

분조위는 판매은행들이 4개 기업과 키코계약 체결 시 예상 외화유입액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다른 은행 환헤지 계약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한 규모의 환헤지를 권유·체결(적합성 원칙 위반)했다고 봤다.

은행들은 A기업에 대해 수출실적이 급감해 무역금융과 수입신용장 한도는 줄이면서도, 추가 환헤지 계약을 구속력이 없는 협약서상 주문예정수량을 근거로 체결했다. B기업의 경우 기업의 외화유출입 규모를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는 주거래은행이 헤지대상으로 설정한 외화 순유입액을 크게 초과하는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C기업에 대해서는 전체 수출액 중 달러화 비중이 평균 30% 수준에 불과한데도, 이종통화(달러화·원화·엔화·유로화)를 합산해 달러로 환산한 매출총액을 기준으로 달러화 통화옵션상품을 권유·체결하기도 했다.

또 오버헤지로 환율상승 시 무제한 손실 가능성 등 위험성을 기업이 충분히 이해하도록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던 점(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6개 은행은 공통으로 고객에게 배부하는 상품안내장, 위험고지서 등에 레버리지에 따른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았고, 오버헤지 시 위험성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이익측면만 부각했다.

특히 키코 상품의 손익을 그래프로 설명하면서 레버리지로 인한 손실확대 구간이나 손실 구간 자체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아 고객이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기 곤란했다.

전갑석 은행분쟁담당팀장은 이런 불완전판매 사실에도 책정된 배상비율(평균 23%)이 낮다는 지적에 “분쟁조정 성립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했다”며 “과거 평균 배상비율이 26%로 차이가 크지 않고, 기존 법원 판례 범위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 시효 지나…은행 배상안 수용 관건

하지만 은행이 이미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난 사건의 분조위 배상결정을 받아들인다면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피해 기업들의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10년)는 이미 지난 상황이다.

김상대 분쟁조정2국장은 “외부 법률자문도 받았고 분조위원과도 여러 차례 논의한 결과 은행의 불완전 판매가 인정되고, 경영진에서 평판이나 소비자 보호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면 배임이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정대로면 은행이 합의할 수 있는 조건이 성했됐다”며 “외국계 은행(씨티은행)의 경우 본국이 소비자 보호는 더 철저하고 중시되는 환경이기 때문에 충분히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씨티은행은 이날 “필요한 내부 절차에 따라 분조위 권고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논의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냈다

금감원은 기업과 은행들에 조정 결정 내용을 통지하고 수락을 권고할 예정이다. 당사자들이 조정안을 접수하고 20일 이내에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한다(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 조정이 성립되면 나머지 키코피해 기업에 대해서는 은행과 협의해 피해배상 대상 기업 범위를 확정한 후 자율조정(합의권고) 방식으로 분쟁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추가 분쟁조정 대상은 키코 사건 당시 은행과 키코계약(낙인 또는 낙아웃 조건, 레버리지 포함)을 체결한 기업(당시 732개) 중 오버헤지와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기업 범위로 한정한다.

(서울=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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