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치력 갖춘 경제 총리’에 초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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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총리후보 정세균 유력 검토
총선 앞두고 민생경제 호전 신경… 정세균-김진표 모두 최초 후보군
정세균, 靑 검증요청 고사했다 수락
입법부 수장 출신 총리지명은 부담

정세균 의원.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정세균 의원.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적극 검토했던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 카드가 불발되자 정세균 의원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나선 것은 하반기 국정 운영 기조와도 연결되어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지표의 반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정치력을 갖춘 경제통을 찾았고 김진표 카드가 무산되자 그 전부터 거론되던 또 다른 경제통인 정세균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11일 복수의 청와대 및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진표 의원이 최근 “대통령의 인사권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총리직 고사의 뜻을 밝혔고, 이전 후보군 중 한 명이었던 정 의원으로 회귀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의원과 김 의원 모두 최초 후보군에 있었는데 정 의원이 김 의원을 총리 후보로 적극 추천했다”며 “여기에 정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현 지역구(서울 종로) 출마 의사도 강해 김 의원으로 인선이 진행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앞서 한 차례 청와대의 인사 검증 요청을 고사했지만 지난 주말 청와대가 재차 검증동의서를 보내자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정 의원을 총리로 검토하고 나선 것은 ‘경제’와 ‘안정감’이라는 키워드 때문이다. 쌍용그룹 임원 출신인 정 의원은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일각에선 국가의전 서열이 대통령 다음인 국회의장 출신의 정 의원이 총리직을 수락할 경우 내치(內治) 권한의 일부분이 총리실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친문(친문재인) 색채가 강하지 않고 합리적인 언행으로 중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 출신이 행정부의 2인자인 총리를 맡은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은 부담이다. 정 의원이 입각한 뒤 이낙연 총리가 서울 종로에 출마한다면 야권으로부터 ‘총선용 돌려막기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 때문에 정 의원 역시 아직 총리직에 대한 최종 결심을 하지 못했고, 청와대 역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제3의 후보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청와대가 ‘김진표 카드’를 결국 철회한 것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 일부 진보 진영의 반발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를 담당하는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실에서도 각종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김 의원의 인선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청와대 인사는 “일부 시민단체들은 시위로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물론 언론 기고 등을 통해 김 의원 반대 여론을 조직적으로 만드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며 “결국 이런 여론이 시간이 갈수록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토로했다. 여권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이 민노총에 의해 발목이 잡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청와대는 조만간 김영문 관세청장 등 차관급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청장은 울산 울주군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경남 창원시 또는 부산에서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조현배 해양경찰청장도 조만간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박효목 기자

#문재인 정부#더불어민주당#김진표#정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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