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162t 폐플라스틱과의 전쟁 “배달용기 씻고 회수하고 다시쓰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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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시장 커지며 일회용품 고민 늘어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제로 웨이스트 가게(쓰레기 없는 가게)인 ‘더 피커’. 소비자들은 개별 용기나 주머니를 가져와 원하는 만큼 상품을 담은 뒤 무게를 재 계산한다. 매장에선 다양한 다회용기도 판매한다. 더 피커 제공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제로 웨이스트 가게(쓰레기 없는 가게)인 ‘더 피커’. 소비자들은 개별 용기나 주머니를 가져와 원하는 만큼 상품을 담은 뒤 무게를 재 계산한다. 매장에선 다양한 다회용기도 판매한다. 더 피커 제공
2500만 명. 지난해 배달앱 이용자 수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한 번 음식을 시킬 때 오는 일회용 식기와 봉투는 어림잡아도 3∼5개. 대부분 한 번 사용 후 쓰임새를 다한다. 9일 환경부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하루에 배출되는 폐플라스틱은 2012년 5704t에서 2017년 8162t으로 늘었다. 5년 만에 43% 증가했다.

이렇다 보니 최근 환경단체와 유통업체, 정부 관계자 사이에서는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다. 정책 방향과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그중 일회용품을 줄일 방안으로 거론되는 몇 가지 방안을 소개한다.


○ 회수·리필로 다시 쓰기

가장 많이 거론되는 건 재사용 확대다. 주기적으로 생필품을 택배로 구매하는 패턴이 있는 소비자에게 물건을 전달한 뒤 상자 같은 포장재를 회수해 재사용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20일부터 현장 적용 가능성을 엿보기 위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택배 배송 고객 중 희망자를 사전에 받고 상품을 구입하면 재사용 가능 상자에 담아 배송한 뒤 회수하는 시스템이다. 환경부는 재사용 상자를 몇 차례 사용할 수 있는지, 고객 만족도는 어떤지 등을 분석해 제도 도입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식기 세척 및 회수 사업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민환경단체 녹색연합은 지난달 29일 시민과 함께하는 토론회를 통해 다회용기 회수 및 세척 사업을 소개했다. 국내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이를 시도하는 업체가 몇몇 있다. ‘리디쉬’는 배달 음식을 타깃으로 음식점과 협업해 다회용기를 대여하고 통합 회수한 뒤 세척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뽀득’은 일반 식당이나 어린이집 등의 식기를 대여하고 세척 서비스를 제공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장례식장이나 야외행사 전문업체 등 수요가 일정한 곳을 대상으로 다회용기를 세척해 공급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발표한 ‘일회용품 중장기 단계별 계획(로드맵)’에서 장례식장에선 2021년부턴 일회용 컵과 식기를 퇴출하고 2024년까지 일회용 용기와 접시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배달 용기도 2030년까지 다회용기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리필’ 시스템도 추천한다. 덜어 쓸 수 있고 지속적으로 쓰는 상품이라면 일회용 포장재에 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영국 세제 업체 ‘스플로시’는 처음에만 제품을 용기째 구매하고 그 다음부터 농축세제를 주머니에 담아 유통한다. 주머니 역시 사용 후 반납해 재사용이 가능하다. 코카콜라도 최근 미국 내 대학 20곳에서 일정 금액을 지급하면 개인 용기에 콜라 등 탄산음료를 리필해 주는 ‘음료 리필 서비스 구역’을 만들기 시작했다.


○ 포장재 퇴출… ‘제로 웨이스트’

포장재를 아예 없애거나 최소화한 ‘제로 웨이스트 가게’(쓰레기 없는 가게)도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물건을 덜어 비닐봉투나 일회용기가 아닌 에코백이나 다회용기에 담아가는 시스템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국회의원은 10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국내외 제로 웨이스트 가게의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활성화 방안에 관해 논의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최근 확대되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 가게들은 식재료 및 상품들을 소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진열한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개별 용기를 가져와 원하는 만큼 담고 무게를 달아 계산한다. 미국 ‘레인보 그로서리’, 독일 ‘오리지널 운페어팍트’ 영국 ‘언패키지드’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선 2016년 서울 성동구에 문을 연 ‘더 피커’가 처음 제로 웨이스트 가게를 선보였다. 곡물과 채소 등 식료품은 소비자가 용기나 주머니를 가져오면 무게를 달아 판매한다.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재활용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재생 종이로 만든 연필과 다회용 빨대, 면으로 만든 주머니 등도 비치해 함께 구매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개별 포장된 물품들을 일회용 봉투 등에 담아 사는 소비 패턴이 단기간에 바뀌기는 쉽지 않다. 송경호 더 피커 대표도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은 있어도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환경부는 2020년부터 협동조합 등과 협업을 맺어 ‘쓰레기 없는 매장’ 등을 운영하며 시민들이 포장재 없이 장을 보는 경험을 최대한 늘릴 계획이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플라스틱 쓰레기#재활용#포장재#일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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