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 구소련 KGB에 암살 당한 것” 이탈리아 작가, 신간 통해 주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9일 20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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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련의 공산체제 패권주의 앞장서서 비판하던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식인
노벨상 수상 3년 뒤에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망…사고 원인에 의혹 남아

195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1913~1960)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구소련 첩보기관 KGB에 의해 암살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탈리아 작가 지오바니 카텔리는 최근 발간한 책 ‘카뮈의 죽음’에서 “카뮈가 프랑스 신문 르프랑튀레흐에 구소련의 잔인한 패권주의적 행태를 비판하는 글을 투고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KGB가 카뮈가 이용하던 차량의 바퀴를 손상시켜 사고를 유발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뮈는 1960년 1월 4일 출판업자인 미셸 갈리마르가 운전하는 차에 동승했다가 제어 기능을 잃은 차가 도로변 가로수에 충돌하는 사고를 당해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이방인’(1942), ‘시지프 신화(1942), ’페스트‘(1947) 등 카뮈의 책을 펴내 온 갈리마르도 며칠 뒤 사망했다.

1978년 카뮈의 전기를 출간한 허버트 로트먼은 “사고 발생 지점의 도로는 폭이 30피트(약 915cm) 이상인 널찍한 직진로였다. 현장을 조사한 전문가들은 통행 차량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그런 사고가 발생한 원인을 규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카텔리는 체코 출신의 시인이자 번역가인 잰 자브라나의 1980년 비망록을 인용해 “익명을 요구한 KGB 관계자가 ’구소련연방 내무장관이었던 드미트리 셰피로프의 지시에 따라 카뮈가 탑승할 차량의 타이어를 미리 손상시켜 속도가 높아졌을 때 갑자기 터지도록 조작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카뮈는 1956년 10월 헝가리의 노동자와 지식인들이 공산당 일당독재정권에 저항해 일으킨 반정부 민주화 운동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구소련이 주도하던 냉전시대 공산진영 체제를 위협하는 인물로 지목됐다. 미국 작가 폴 오스터는 카텔리의 책 서문에서 “작가가 제시한 논지를 따라가다 보면 카뮈가 살해당했다는 그의 주장에 반박하기 어려워진다. 카뮈가 당한 교통사고는 이제 ’작가를 침묵시키기 위한 정치적 암살‘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거가 빈약한 음모론일 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앨리슨 핀치 영국 케임브리지대 불문학 교수는 “픽션 작가인 오스터, 공산당에 의해 가족을 잃은 체코 작가 자브라나는 공산 체제에 대한 큰 반감을 가진 인물들”이라며 “샤를 드골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구소련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긴 했지만 작가이기도 했던 그가 자국의 대표적 지식인을 구소련 첩보기관이 해치도록 방관했을 리 없다”고 말했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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