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적대정책 철회 전 협상 꿈도 꾸지마” 잇따른 거부…美 ‘당혹’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9일 1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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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화적 제스처에도 북한이 “적대시 정책 철회 전까지 비핵화 협상은 꿈도 꾸지 말라”며 잇따라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한미 양국이 이달 중순 예정됐던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전격 유예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3차 북-미 정상회담 의향을 밝혔는데도 이를 면전에서 거절당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에 이은 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의 담화에 대한 18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의 질의에 “오늘은 밝힐 것이 없다. 내일 반응이 나올지 기다려보라”며 아직 내부적으로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백악관 관계자도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입을 닫았다. 북한의 대미 비난 발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약속을 진전시키는 데 계속 전념하고 있다”는 식의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던 것과는 다른 대응이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한이 설정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한이 기대만큼 호응해오지 않고 있는 것에 실망하고 있으며, 향후 대응방향에 대해 한미 전문가 및 당국자들에게 계속 의견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일부는 북한의 영변 핵폐기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 대가로 일부 제재를 제한적으로 완화해주는 ‘스몰딜’이 불가피하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교착 상태인 북-미 협상의 진전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북한이 연말 시한을 넘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 약속을 깨고 이를 감행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국무부 부장관에 임명된 비건 대표의 인사 청문회가 20일로 잡힌 것도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부담이다. 비핵화 진전 없는 대북제재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관련 질의와 추궁이 집중될 가능성 높다.

일각에서는 외교적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다만 북한도 연말 시한을 앞두고 몸이 달아 있는 만큼 연말 전에 어떻게든 북-미 간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북한은 이달 들어서만 비핵화 협상 관련 대미 성명을 8번이나 발표했다. 성명 내용은 대부분 제재 완화 요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북한이 최근 내놓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지금까지 이들의 태도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며 “이것이 역사적 기회라는 것을 그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 당국자는 “트럼프 행정부는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며 북측에 대화 테이블로 돌아와 비핵화 약속을 지키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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