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韓紙 되살리면 日화지 뛰어넘을수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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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한지’ 책 펴낸 박후근 서기관
일제강점기 거치며 일본식 변질… 전통 한지, 세계 최고의 복원성
日 석권한 시장 뒤집어 보고 싶어

“세계 최고의 보존성을 가진 전통 한지를 제대로 만들어서 화지(和紙·일본 종이)가 석권하고 있는 세계 복원용 종이 시장의 판을 뒤집어 보는 게 진정한 극일 아닐까요?”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 서점에서 만난 박후근 서기관(54·사진)은 전통 한지와 화지에 대한 비교로 얘기를 시작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행정지원과장인 박 서기관은 최근 한지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의 전통한지’란 책을 펴냈다.

이 책 표지에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한지는 한지가 아니다’라는 글이 쓰여 있다. 박 서기관은 “대부분의 한지가 국산 닥나무를 쓰기는커녕 수입산 닥나무, 심지어 수입 목재 펄프를 원료로 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전통 한지 제조법도 닥나무 껍질을 힘들게 두드리는 대신 기계로 잘라버리는 등 일본식으로 변질됐다.

박 서기관은 5년 전 국가기록원 복원연구과로 발령받으며 한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정부 문서 복원에 쓰이는 전통 한지를 만드는 장인이 세상을 떠나면 일본 종이를 써야 할지 모를 정도로 열악한 현실을 알게 되면서 한지 연구 모임을 만들었다.

박 서기관은 “지금은 수입 재료와 일본식 제조법으로 만들어도 제대로 된 전통 한지와 같은 대우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진짜’ 한지라고 할 수 있는 종이를 제대로 대우하는 풍토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5년 행안부가 훈장용지에 쓰기 위해 전통 한지의 원형을 재현하는 사업에 성공했음에도 전통 한지의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도 서운한 대목이다.

박 서기관은 “4대 궁궐의 창호지조차 수입 닥나무에 목재 펄프를 섞어 만든 종이를 쓰고 정부의 국가표준(KS)에 국산 닥나무라는 규정조차 없는 현실부터 고쳐 나가야 전통 한지를 되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전통 한지#박후근 서기관#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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