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책’ 한마디에 베스트셀러 등극… 新출판권력 ‘유튜브셀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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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 2년간 소개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유튜브 채널이 여럿 등장했다. 유튜브셀러 제조기로 불리는 ‘라이프해커자청’(위)의 썸네일 화면과 ‘신박사TV’의 메인 화면(아래). 유튜브 캡처·교보문고 제공
최근 1, 2년간 소개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유튜브 채널이 여럿 등장했다. 유튜브셀러 제조기로 불리는 ‘라이프해커자청’(위)의 썸네일 화면과 ‘신박사TV’의 메인 화면(아래). 유튜브 캡처·교보문고 제공
‘광고 표시를 하지 않고 다수의 페이지에서 책을 홍보’, ‘한 뿌리에서 나온 것을 모르고 서평에 계속 노출되며 결국 책을 사게 됨’.

페이스북 그룹 ‘도서사기감시단’(감시단)에 6일 올라온 글이다. 광고 에이전시 체인지그라운드와 출판사 로크미디어 등의 홍보 방식을 지적하는 이들이 만든 단체다. 올해 6월 27일 개설됐고 가입 인원은 10일 기준으로 3096명이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페이지 13개에 대한 언팔로 운동과 광고·협찬 문구 표기 요청을 주로 한다. 회원들은 “정신노동이 제대로 평가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 “가성비 뛰어나” vs “불균형 심화”

올해 출판계의 뜨거운 화두는 유튜브셀러(유튜브+베스트셀러)다. ‘겨울서점’, ‘책읽찌라’ 같은 북튜버가 부쩍 늘었고, ‘김미경TV’, ‘라이프해커자청’, ‘신박사TV’ 등 출판계를 뒤흔드는 채널이 등장했다. 경제·자기계발서를 주로 소개하는 김미경TV의 ‘북드라마’에 책이 소개되면 베스트셀러 목록이 들썩인다. ‘라이프해커자청’이 ‘인생을 바꾼 심리학 책’으로 꼽은 책은 절판 위기에서 벗어나 순식간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를 반기는 분위기도 있다. 대형 서점의 유료 매대나 인터넷 서점 광고보다 효과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홍보·협찬 비용이 계속 오르면 대형 출판사와 중소형 출판사 간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김지원 길벗출판사 디지털콘텐츠팀 차장은 “유튜브셀러를 필요로 하는 흐름은 막을 수 없다”면서도 “협찬 여부를 구독자에게 정확히 알리는 것 같은 윤리 강령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크미디어와 계열 출판사가 출간해 베스트셀러에 오른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브론스테인),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비잉), ‘베스트 셀프’(안드로메디안).(왼쪽부터)
로크미디어와 계열 출판사가 출간해 베스트셀러에 오른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브론스테인),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비잉), ‘베스트 셀프’(안드로메디안).(왼쪽부터)
○ “新출판권력 유튜브셀러, 왜곡 현상 막아야”

출판계가 한목소리로 지목하는 문제는 유튜버셀러로 인한 베스트셀러 왜곡이다. 출판계와 감시단에 따르면 출판사 로크미디어는 자사 홍보 채널인 ‘신박사TV’, ‘뼈 있는 아무 말 대잔치’, ‘부모공부’, ‘더불어배우다’에 일제히 신간을 노출하고 서평을 단다. 입소문을 탄 책은 노출 빈도가 더 잦아져 금방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한다. ‘돈의 역사’(로크미디어),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브론스테인), ‘베스트 셀프’(안드로메디안)가 이런 방식으로 올해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올랐다고 감시단은 지적했다. 로크미디어, 브론스테인, 안드로메디안, 커넥팅, 비잉은 모두 뿌리가 같은 출판사다.

한 출판사 대표는 “광고 에이전시 체인지그라운드는 유튜브, 카카오 브런치와 1boon, 페이스북의 홍보 채널을 구축한 뒤 다른 책의 협찬·홍보도 진행한다. 일종의 마케팅 회사인 셈이다”라고 했다. 청년의 멘토를 자처하면서 자사 책을 구입하게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체인지그라운드가 운영하는 네이버 독서 모임 카페 ‘씽큐베이션’은 최근 ‘더 히스토리 오브 더 퓨처’(커넥팅)와 ‘모기’(커넥팅)를 3기 도서로 선정했다.

일부 유튜브 채널이 광고 수단이 됐다는 제보가 빗발치자 한국출판인회의는 지난달 25일 ‘유튜버셀러 현상을 진단하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출판인회의 측은 “베스트셀러 왜곡 현상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 독서는 취향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만큼 구독자가 적은 유튜브 채널과 소형 출판사를 연결해 서로 ‘윈윈’하는 방식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블로그처럼 유튜브도 자연스럽게 자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북튜버로 활동하는 이시한 성신여대 겸임교수는 “매달 방송을 여덟 번 하는데 한 번 정도만 협찬으로 진행한다. 협찬 비중이 커지면 채널의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스스로 비율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도서사기감시단#유튜브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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