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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기도[횡설수설/구자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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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기도[횡설수설/구자룡]

구자룡 논설위원 입력 2019-11-08 03:00수정 2019-11-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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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토트넘의 손흥민이 7일 세르비아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유럽 통산 122, 123호 골을 넣었을 때 많은 팬들이 특히 열광한 것은 단지 그 두 골이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기록 121골을 넘어서는 것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손흥민이 지난 며칠간 부상당한 상대팀 선수를 걱정하며 보여준 눈물과 기도는 스포츠의 진정한 감동은 치열한 승패를 넘어서는 훈훈한 스포츠맨십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한 명장면이었다.

▷손흥민은 4일 리버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상대팀 에버턴의 안드레 고메스에게 백태클을 했다. 고메스는 넘어지면서 다른 선수와 부딪쳐 수술을 해야 할 정도의 발목 부상을 당했다. 고통스러워하는 고메스를 보며 손흥민은 경기장에서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괴로워했고,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한 뒤 라커룸에서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악의 없이 벌어진 일이라며 에버턴의 선수들이 찾아와 오히려 손흥민을 위로했다.

▷손흥민이 7일 유럽 진출 한국 선수의 최다골 기록을 넘어선 것은 2010년 10월 30일 유럽 데뷔 3일 만에 당시 함부르크 소속으로 쾰른전에서 첫 골을 넣은 지 9년 여드레 만이다. 당시 18세 손흥민의 첫 골에 대해 “펠레를 연상시키는 골”이라는 찬사가 쏟아졌었다. 자신과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쓴 122, 123골을 넣은 직후 손흥민은 화려한 세리머니 대신 고메스의 쾌유를 빌며 두 손 모아 기도했다. 백태클로 받은 레드카드와 3게임 출장정지 징계는 이미 취소됐지만 마음의 빚은 떨치지 못한 것이었다.


▷피아(彼我)를 가리지 않는 손흥민의 ‘월드 클래스 매너’는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아시아경기 8강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한국에 패배한 우즈베키스탄팀 선수들이 경기장을 떠날 때 손흥민은 버스에 올라 한 명 한 명 포옹하며 위로 인사를 했다. 이란과의 16강 경기가 끝난 뒤에는 지쳐 앉아있는 이란 선수의 두 팔을 잡고 일으키는 장면이 널리 보도됐다. 2015년 1월 시드니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호주팀에 패했지만 경기 종료 후에는 경기 중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 나갔던 상대팀 선수를 찾아가 위로해 유럽 축구계에서도 “그레이트(대단하다)!”라는 찬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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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프로축구 K리그 선수 출신 아버지에게 기본이 튼튼해야 한다는 ‘대나무 축구 철학’을 어려서부터 익혔다고 한다. 그가 배운 것에는 배려도 포함된 걸까. 손흥민의 눈물이 더더욱 가슴에 와닿는 것은 우리 사회가 승패를 떠나 서로를 포용하는 모습을 그리워하기 때문 아닐까.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
#손흥민#손흥민 백태클#손흥민 세리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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