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 “韓日간 대화 좀 세게 하자는 정도까진 진도 나갈듯”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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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아베와 면담 기대 내비쳐

이낙연 국무총리는 2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면담에 대해 “일정한 정도의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4일 오전 11시 총리 관저에서 열릴 아베 총리와의 면담에 대한 기대를 내비친 것이다. 다만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가 큰 만큼 한일 갈등을 풀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총리는 23일 일본 도쿄의 한국문화원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인사들을 만나면서) 지혜를 짜내면 하나씩 풀어 나갈 수 있다는 작은 희망 같은 걸 가지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리는 “최대한 대화가 촉진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대화를 좀 세게 하자’ 정도까지는 진도가 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총리의 발언을 두고 양국 간의 관계 개선에 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일본 측과의 공감대를 확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절충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일단 대화 재개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가야 한다는 것. 이 총리가 전달할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는 간단하고 원론적인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총리는 아베 총리에게 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도 별도로 전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에게 줄 선물로 전통주인 막걸리를 준비했다고 한다.

이 총리는 일왕 주재 궁정연회와 총리 주재 만찬 등 이날까지 두 차례 아베 총리와 만났다. 전날 궁정연회에서 이 총리와 마주친 아베 총리는 먼저 “모레 만납시다”라고 말했다고 이 총리가 전했다. 아베 총리는 “(만난 지) 오래지요?”라고 말하는가 하면 이 총리에게 자신의 부인 아키에 여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이 총리와 조찬을 함께한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일한의원연맹 회장도 “지금 같은 일한(한일) 관계가 계속되는 것은 양국에 마이너스”라며 “서로 대화하며 외교 루트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 측은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돼야 수출 규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당국자는 “일본은 징용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나 수출 규제만 갖고 논의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도)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정부는 원샷으로 문제를 풀 수 없다면 사안별로 분리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23일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만큼 당장 접점을 찾기 어려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외교 채널을 열고 동시에 수출 규제 철회를 위한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총리는 이날 일본 게이오대에서 가진 ‘대학생들과의 대화’에서 “당장 모든 것을 해결하기 어렵다면 우선 정치가 ‘경제는 경제대로 해결하십시오’ 하며 해결을 시작하는 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도 이날 오후 이 총리와의 면담에서 “최근 1년간 움직임으로 인해 문화, 국민 교류, 경제적 부분에서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안타깝다”며 “정치외교 문제로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양국이 신뢰를 구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제징용과 수출 규제 등 핵심 이슈에 대한 간극은 여전하지만 한일 갈등 장기화에 따른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만큼 파국을 막기 위한 타협점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에선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한 경제 불안 심리가 부담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도 한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한 지역경제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도쿄=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박형준 특파원
#이낙연 총리#방일#아베 신조#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수출 규제#한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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